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해외 거래소와의 호가창(오더북) 공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거래소 간 오더북 공유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대부분 거래소가 중단했던 사안인 만큼, 빗썸이 특금법상 요구되는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빗썸은 지난 9월 22일 테더(USDT) 마켓을 열면서, 빙엑스(BingX) 산하 거래소인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한다고 공지했다. / 빗썸 공식 홈페이지
빗썸은 지난 9월 22일 테더(USDT) 마켓을 열면서, 빙엑스(BingX) 산하 거래소인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한다고 공지했다. / 빗썸 공식 홈페이지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일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한 빗썸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빗썸은 지난달 22일 테더(USDT) 마켓을 열면서 호주 빙엑스(BingX) 산하 거래소인 스텔라 익스체인지와 오더북을 공유한다고 공지했다. 

오더북은 가상자산 투자자의 매수 및 매도 주문을 실시간으로 나열한 목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간 오더북을 공유하면 부족한 유동성을 보완해 거래량과 시세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업비트가 과거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오더북을 공유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비트렉스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업비트에서도 취급하면서 거래량을 빠르게 늘렸다. 이후 업비트는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자 2년 만에 비트렉스와의 제휴를 종료했다.

빗썸의 이번 오더북 공유도 USDT 마켓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안정적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용자 편익을 높이고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기 위해 스텔라와 오더북 공유에 합의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오더북 공유는 고객의 주문 정보가 공유돼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고, 자금세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개정 당시 오더북 공유와 관련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특금법상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오더북을 공유하기 위해선 사업자의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 등을 거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고객에 대한 신원확인 체계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같은 까다로운 요건 탓에 특금법이 시행되자 후오비코리아-후오비, 플라이빗-바이낸스 등은 오더북 공유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이 이 규정을 지켰느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FIU는 1일 빗썸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으며 차후 스텔라와의 오더북 공유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는지와 특금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FIU가 빗썸 현장 조사에 나선 것도 법적 절차상 미흡한 부분이 있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빗썸은 서비스 출시 전부터 당국과 소통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사전에 법무적인 검토와 절차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금융 당국에 제출했고, 특금법 등 법령을 준수하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다만 충분한 절차를 거쳤는가에 대한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완과 소명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오더북 공유는 특금법에 따라 상대방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이행, 고객 정보 확인 가능 등 요건을 지켜야 진행 가능하다”며 “빗썸은 스텔라의 호주 금융당국 인허가증과 양사 고객 간 거래 체결 시 스텔라 고객 정보 확인 및 기록 절차와 방법을 마련해 금융정보분석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정서영 기자
ins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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