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글로벌 결제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비자(VISA), 마스터(Mastercard) 양강 체제가 지배해온 결제 시장에서 일본 JCB, 중국 유니온페이(UnionPay)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와 증가와 중국의 무비자 입국 허용 등 변화가 맞물리면서 비자·마스터 일변도였던 카드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카드사들이 글로벌 결제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 DALL-E
국내 카드사들이 글로벌 결제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 DALL-E

9일 카드업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들은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 역시 올해 상반기 한국인 방문객이 478만명을 넘어서는 등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자리잡았다. 각국 결제망과 협업해 현지 이용자 맞춤형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신한·롯데·BC카드, 유니온페이 앞세워 중국 공략

중국 시장을 정조준한 대표 주자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중국 국제 결제 브랜드 유니온페이와 협업해 ‘신한카드 Simple Platinum# Splendor Plus(스플랜더 플러스)’를 출시했다. 카드는 기존 ‘Simple Platinum#’의 생활밀착형 혜택에 중국 특화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 본토 이용금액의 1.8%를 월 최대 600위안까지 캐시백해준다. 유니온페이 플랫폼 ‘SplendorPlus’를 통해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자기부상열차·지하철 요금 할인 ▲호텔·외식·액티비티 혜택 등을 제공한다.

국내외 가맹점에서는 기본 1% 캐시백이 제공된다. 대형마트, 대중교통, 통신요금 등 일상 가맹점에서는 최대 1.7%까지 캐시백이 확대된다. 아울러 ▲잔돈 절사 서비스 ▲영화·놀이공원 할인 ▲공항 발레파킹 ▲호텔·레스토랑 할인 등 플래티넘 서비스도 탑재했다. 신한카드는 출시 기념으로 국내외 10만원 이상 결제 시 2만2000원 캐시백, 광군제 시즌 중국 결제 금액의 10% 캐시백 이벤트도 마련했다.

앞서 신한카드는 유니온페이와 함께 QR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내 보편화된 결제문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현재 신한 SOL페이를 통해 위챗페이 QR코드로 현지 결제가 가능하다.

롯데카드 역시 유니온페이와 협력해 디지로카앱 ‘로카페이’에 해외 QR결제 서비스를 지난 6월 도입했다. EMVCo 국제 표준 규격을 채택해 중국뿐 아니라 일본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BC카드도 유니온페이, 네이버페이와 협업해 중국 방문객 편의를 높이고 있다. ‘페이북’과 네이버페이를 중국 현지 가맹점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학생 서포터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농협·하나·국민카드, JCB와 손잡고 일본 정조준

일본 시장에서는 삼성카드가 JCB와 제휴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카드는 최근 JCB 브랜드로 발급 가능한 카드 4종을 새로 출시했다. 삼성 iD ONE을 비롯해 ▲iD MOVE ▲iD PLUG-IN ▲taptap S 등 기존 라인업에 JCB 브랜드를 붙였다. 일본 현지와 JCB 로고 가맹점에서 폭넓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출시 기념으로 해외 결제 시 30%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며 일본 현지 교통, 외식, 쇼핑 혜택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농협카드는 올해 JCB와 협업해 ‘zgm 시리즈’ 3종을 출시한 바 있다. 일본 대중교통 터치 결제 시 50% 캐시백을 제공한다.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일본 고급 레스토랑 할인 등 일본 한정 프리미엄 혜택을 추가했다.

하나카드 역시 CLUB SK 플래티넘 JCB 카드를 내놨다. 기존 CLUB SK 카드의 통신요금 할인, 주유 할인은 유지하면서 JCB 프리미엄 서비스인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과 일본 레스토랑 1+1 할인을 결합했다. 일본 방문객 급증에 맞춘 실속형 전략이다.

KB국민카드도 JCB와 손잡고 프리미엄 카드 ‘HERITAGE Classic(할인형)’을 선보였다. 국내외 가맹점 1% 할인에 생활밀착 영역 0.2% 추가 할인, 전 세계 공항 라운지 연 2회 무료 이용, 일본 고급 레스토랑 1+1 서비스 등 JCB 프리미엄 혜택을 담았다. 일본 방문객 증가세에 맞춰 현지 맞춤형 혜택을 강화한 카드다.

신한카드도 지난 6월 일본 여행에 특화한 ‘신한카드 하루(Haru)’를 내놓았다. 일본 국제카드 브랜드 JCB와 호시노리조트와 손잡고 출시한 카드다. 해외 결제 금액의 2%를 적립해주고 일본 현지에서 사용 시 1.5%를 추가 적립해 총 3.5% 혜택을 제공한다. 호시노리조트 계열 숙박시설은 최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현지 체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JCB·유니온페이와 손잡는 것은 단순한 신상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비자·마스터 중심에서 벗어나 대안적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모습이 뚜렷해져서다. 향후 해외시장 공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