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상위층의 상징이던 프리미엄 카드가 변하고 있다. 고가 연회비 대신 실질 혜택과 브랜드 경험을 앞세운 대중형 프리미엄으로 재정의되는 중이다. 연회비를 낮추면서도 고급 이미지를 유지한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되는 추세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새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새 프리미엄 브랜드 더오퍼스를 선보였고 신한카드는 The BEST-X를 The BEST-XO로 업그레이드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속형 프리미엄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이달 프리미엄 브랜드 더오퍼스를 내놨다. 우리카드가 약 6년 만에 선보인 프리미엄 라인이다. 쓰면 쓸수록 작품이 된다는 콘셉트로 고객의 소비 여정을 하나의 작품처럼 표현했다.
첫 상품은 더오퍼스 실버다. 더오퍼스 실버의 연회비는 국내 전용 15만원이다. 고가 프리미엄 카드보다 진입 문턱을 낮췄다. 전월 50만원 이상 이용 시 백화점과 쿠팡 등에서 2%, 항공사와 호텔 면세점 골프장 등에서는 3%를 적립한다. 전 가맹점에서는 한도 제한 없이 1% 기본 적립이 가능하다.
생활형 혜택도 강화했다. 유튜브와 스타벅스 올리브영에서 10% 할인된다. 인천공항 주차장 결제 시 1만원이 할인된다. 바우처는 국내항공과 면세점 골프장 할인형, 호텔 외식 이용권, 신세계상품권 중 선택할 수 있다. 최대 13만원 상당 혜택이 주어진다. 전 세계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과 국내 특급호텔 발레파킹 서비스도 포함됐다.
아울러 우리카드는 조선시대 민화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복 봉투 증정 이벤트도 진행했다. 카드 디자인에 호랑이와 까치 문양을 반영해 한국적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다. 회사는 향후 골드와 블랙 등 상위 등급 확장도 검토 중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2월 출시한 The BEST-X를 고객 의견을 반영해 The BEST-XO로 전면 개편했다. 실제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감형 프리미엄을 구현했다.
연회비는 포인트형 국내 전용 29만7000원, 해외 겸용 30만원이다. 마일리지형은 국내 전용 31만7000원, 해외 겸용 32만원이다. 기존 프리미엄 카드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혜택 폭이 더 넓어졌다.
이중 포인트형은 국내외 결제금액의 1%를 적립하고 전월 300만원 이상 이용 시 0.5%를 추가 적립한다. 마일리지형은 1500원당 1마일을 적립하며 전월 300만원 이상 이용 시 3000원당 1마일을 추가 적립한다.
기프트 옵션도 확대됐다. 백화점과 호텔 외식권 항공 이용권 외에 마이신한포인트 20만점 적립이 새로 추가됐다. 신한쏠페이와 네이버페이 쿠페이 결제 시 월 최대 3만 포인트 추가 적립이 가능하다. 커피전문점 2000원 할인과 택시 7% 할인 등 생활형 혜택도 담겼다.
해외 결제금액의 1% 포인트 적립과 주유소 3% 포인트 적립도 가능하다. 연간 최대 17만원 캐시백을 받을 수 있고 공항 라운지는 연 10회 무료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은 메탈릭 실버 플레이트로 통일하고 전용 패키지를 적용했다. 향후 메탈 버전도 출시된다.
프리미엄 카드 시장 변화 흐름을 주도한 곳은 하나카드다. 올해 2월 선보인 제이드 시리즈는 품격은 유지하되 누구나 접근 가능한 카드를 내세워 프리미엄 대중화를 이끌었다.
제이드는 클래식 프라임 퍼스트 퍼스트센텀 등 네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연회비는 12만에서 100만원 수준이다. 이용 실적에 따라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바우처로 제공한다. 해외 항공 숙박 면세 혜택은 물론 주유와 전기차 충전 백화점 카페 영역에서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가맹점에서 하나머니를 적립할 수 있고 해외 결제 시에도 추가 적립이 가능하다. 공항 라운지 무료입장 서비스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동반 고객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하나카드 제이드는 출시 후 10개월 만에 10만장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이끌었다. 트래블로그와 함께 사용자 경험을 확대했다는 평가다.
카드사들은 단순한 고급화보다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바꾸고 있다. 혜택의 크기보다 혜택을 누리는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영향을 줬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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