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거래 플랫폼 ‘바이버’(VIBER)가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바이버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로, 그룹의 새로운 투자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명품시계가 ‘주식’이나 ‘암호화폐’, 그리고 ‘금’처럼 대체 투자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IT조선은 지난 1일 문제연 바이버 대표를 압구정 쇼룸에서 만나 바이버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문 대표의 왼쪽 손목에는 바이버 대표답게 롤렉스 시계가 차여 있었다. 문 대표는 “바이버에 합류하기 전에는 시계에 관심이 없었다”며 “바이버에 합류했는데 시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 6개월의 고민 끝에 이 시계를 구입하게 됐다”며 미소를 띠었다.
그렇다. 문 대표에게 시계란 개념은 스마트워치가 전부였다. 그런 그가 시계에 관심을 가진 건 바이버 대표로 부임한 이후다. 그는 이베이코리아에서 17년 이상 근무했다. 이후 직전까지는 컬리에서 전략총괄 부사장(CSO)을 역임하며 이커머스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다양한 상품군의 거래를 책임진 그가 중고 명품시계 장터에 발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문 대표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20년 넘게 근무를 해왔지만 언젠가는 직접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만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며 “모회사인 두나무에서 저를 찾아줬을 때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으로 펼칠 수 있는 역량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고객과의 ‘신뢰’였다. 플랫폼 사업 초기에는 할인 쿠폰이나 이벤트를 통해 거래액을 늘려 외형을 키워야 신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표는 기존의 플랫폼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가치 성장’에 중점을 뒀다. 제값을 주더라도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거래처로 인식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바이버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가치’와 ‘신뢰’로 차별화하려 했다. 물론 수익은 내야 하지만 무조건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는다”며 “고정비·인건비 문제는 현실적인 과제는 맞다. 다만 지금은 검수·케어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해 수익원을 만들고 있으며, 전문 엔지니어들을 배치해 서비스 품질로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2년 동안 구축한 신뢰 기반 서비스는 충성 고객들의 화답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검수 시스템으로 제품 가치가 보존될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처럼 투자의 개념으로 하루라도 더 먼저 시계를 구매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바이버 거래 시 금액이 높다 하더라도 정품 인증 및 검수 시스템을 믿고 구매하고 있다. 오히려 셀러들이 엄격한 검수에 되레 물건을 빼는 경우도 있다”며 “고객들이 믿고 구매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단순히 육안 확인을 넘어 부품 스캔,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거래 이후에도 문제가 된 제품에 일부 책임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의 반응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두나무의 기술·핀테크 역량을 활용해 양 사 간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바이버는 두나무의 기술적 지원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 모델을 실험 중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 인증·토큰화, NFT 연계 사례 등 기술적 시너지를 검토 중이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서비스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는 “바이버는 지난 3년간 축적한 시계 진단·연구·촬영 데이터와 플랫폼 내 거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모델별 디테일한 특징, 파츠별 세부 정보, 상세 스펙, 고화질 이미지, 거래 시세 등을 포괄하는 시계 전문 AI를 구축했다”며 “지금도 벡터 DB(고차원 데이터 저장 및 검색)를 구축해 비용 및 학습 효율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문 대표는 프리미엄 배송·보관, 시세 지표 제공(바이버 인덱스), 오프라인 쇼룸 운영까지 전문 인프라를 갖추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바이버는 지난 9월 기준 월 거래액 150억원을 달성했으며 누적 거래액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아직 수익성을 본격화하는 단계로 보긴 이르지만 문 대표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롤렉스 등 명품시계 기술자들이 모인 오프라인 쇼룸도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압구정에 위치한 1호 쇼룸에 이어 이달에는 잠실에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거래의 경우 지난 2024년 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이다.
문 대표는 “현재 가장 우선으로 보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고, 다음으론 홍콩, 싱가포르를 생각 중이다”며 “일본의 경우 명품시계 신품 시장이 연간 7조원, 중고 시장이 16조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큰 국가인데 아직 온라인 거래 플랫폼은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은 시계만 취급하고 있지만 다른 투자 가치가 있는 상품 취급도 고심 중에 있다. 가끔 쿠팡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단일 상품으로 거래액이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뿌듯함도 공존한다”며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돼 있지는 않다. 지금처럼 고객 신뢰를 꾸준히 쌓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바이버의 가치가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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