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앱이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 금융서비스를 넘어 자산관리는 물론 게임, 건강관리, 디지털자산까지 결합하며 고객의 일상 속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각 은행들은 앱 이용자 수(MAU)가 곧 경쟁력이라 판단, 생활 밀착형 콘텐츠와 리워드 중심의 앱테크 전략을 내세워 플랫폼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11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10일 자사 대표 플랫폼 ‘NH올원뱅크’에 ‘15초 건강측정’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얼굴을 15초간 촬영하면 심혈관 분포,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 등을 자동 분석해준다. 금융과생활을 융합해 앱의 일상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NH올원뱅크 고객이라면 누구나 간편하게 건강관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서 고객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자산관리와 디지털자산 연동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협업해 자사 앱 ‘신한 SOL뱅크’ 내에서 코빗 계정과 자산을 연동할 수 있게 했다. 별도 앱 전환 없이도 보유 가상자산의 현황과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신한은행은 사회공헌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공공·생활 영역으로 앱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은 중고차 매매, 캠핑장 예약, 건강 콘텐츠, 모바일 신분증 발급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가했다.
리워드가 중심인 앱테크 경쟁이 치열한 곳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다. 토스뱅크는 ‘오늘의 행운복권’, ‘일주일 방문미션’, ‘하루 1분 뇌운동’ 등 약 60여 개의 일일 미션 콘텐츠를 운영하며, 버튼 클릭이나 간단한 퀴즈 참여만으로도 소액 보상을 제공해 고객 접속 빈도를 높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돈나무 키우기’, ‘동전잡기’ 같은 게임형 이벤트를 통해 출석과 미션 수행에 따라 최대 10만 원까지 현금 보상을 제공하며, 누적 참여 이용자는 이미 100만 명을 돌파했다.
젊은 고객뿐 아니라 중년층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앱테크가 활용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5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루 목표 걸음 수를 채우면 캐시로 보상하는 ‘50+ 걸어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금융사들이 금융에 생활을 결합하는 것은 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데 고객이 앱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적금, 대출, 카드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커진다는 분석에서다.
앱 이용자 수가 곧 플랫폼의 가치이자 시장 지위로 직결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MAU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 금융상품 판매뿐 아니라 제휴 커머스, 콘텐츠, 광고 등 부가 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넓힐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앱테크 보상을 비용으로 보기보다는, 이용자 증가와 데이터 확보 효과 측면에서 투자로 봐야 한다”며 “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생활 금융서비스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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