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 쇼핑산업의 경쟁력은 국내 내수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한국에서 독특하게 발전해온 커머스 플랫폼인 오픈마켓 생태계가 있다. 온라인 쇼핑산업의 전체 소매시장에 대한 침투율(온라인 쇼핑의 소매시장 점유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오픈마켓 생태계에서 플랫폼간 경쟁이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록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당일배송, 다양한 프로모션을 동반한 멤버십 프로그램, 플랫폼 주도의 마이크로 페이먼트 시스템인 플랫폼 페이, 플랫폼의 강력한 반품정책이 발전해 왔고 소비자는 전반적으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혜택을 시스템 상에 구현하고 구축했기 때문에 아마존, 알리바바, 이베이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도 직접 진출에 대해서는 주저하거나, 국내 플랫폼과의 합작을 통한 진출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소매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간의, 그리고 플랫폼 참가자인 셀러의 다양성이 지켜져 왔기 때문이다.

최근 소버린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AI의 활용도가 커짐에 따라 우리 시장과 우리 문화에 의해 형성된 인공지능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잠재력 중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것은 인공지능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 시스템이다.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 정보 탐색과정은 유형재와 무형재에 대한 구매과정의 시작이자 종착점과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깨닫고 정리해 소비를 통한 생활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 산업의 성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곳은 커머스 플랫폼인 오픈마켓이 될 수 밖에 없다. 최종적인 소비는 인공지능이 준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가 제시하는 소비대상인 상품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다양한 셀러가 복합적 기능을 갖춘 오픈마켓들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인공지능 산업의 성공적 안착에 대한 밑거름이 될 수 있고, 소비자의 복지도 확정된다.

그런데 최근 논의 중 플랫폼 셀러의 독립적 위치를 간과하고, 단체행동을 고려하는 입법 움직임이 있어 크게 우려된다. 오픈마켓 생태계에서 플랫폼 셀러의 대부분인 약 95%가 멀티호밍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온라인 쇼핑산업 다양성의 기초 토대이다. 따라서 오픈마켓 생태계에서 거래비용인 수수료와 광고비, 정산주기와 같은 거래조건에는 시장의 힘이 작동된다. 한국의 온라인 셀러에게 한국에서 현재 존재감을 갖고 작동되는 오픈마켓 플랫폼이 대략 8~10여개, 여기에 전문몰의 성격을 띤 버티컬 플랫폼, 예를 들어 의류의 무신사, 식품의 마켓컬리, 화장품의 올리브영 등을 더하면 거의 20여개에 달하는 플랫폼이 판매 대안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전속 계약을 통해 거래조건이 고정된 다른 소매업태들과는 다른 조건이 구축되어 있다. 거래 조건이 안맞으면 셀러로서는 언제든지 (물론 좀 아쉽지만) 다른 곳으로 판매노력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각 플랫폼도 자기 성격을 차별화되어 갖게 된다. 쿠팡에서 일상용품을, 네이버에서 잡화를 구매하는 고객도 더 싼 가격을 찾으려면 지마켓이나 11번가를 들여다 보게 되고, 의류는 무신사나 카카오스타일에서, 화장품은 올리브영에서 찾아 본다. 더 나아가 구매 기회에서도 선물하기를 생각하면 카카오 선물하기를 검색해 보게 된다. 각 플랫폼의 셀러와의 거래정책에 따라 강점을 갖는 영역이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조건을 결정하는데, 외부의 힘인 규제가 존재하거나 내부의 거래질서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면 현재 작동하고 있는 시장의 힘은 약화되거나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즉 다양성이 훼손되는 생태계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훼손되면 필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 다양성도 훼손되고,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복지도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셀러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의 집객력이 훼손되어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빈자리는 지금까지 우리 내수시장에서 기회를 찾지 못했던 글로벌 플랫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유통규제가 강했던 유럽에서는 아마존이, 유통공급구조가 보수적이어서 유연성을 보이지 못했던 일본에서도 아마존이, 유통규제를 내수시장 보호를 위해 강화했던 동남아시아에서는 알리바바가 인수한 라자다가 강력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반면 교사이다.

현재로서는 오픈마켓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어 플랫폼 간 경쟁을 더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오픈마켓 내에서 셀러들이 오픈마켓과의 적합성을 직접 검증하고, 맞는 판매 경로들을 갖는 멀티호밍이 더 쉬워지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오픈마켓에 비해 온라인 셀러의 플랫폼 내 거래조건에 대한 제약이 불가피한 정치적 과제라면, 그 협의체에 소비자 대표를 반드시 넣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시장은 셀러 뿐 아니라 소비자와 거래하는 양면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더 큰 이해관계를 갖지만 거래 여부 선택 이외의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것이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협의과정에 몰두하다가, 장기적인 우리 온라인 쇼핑 산업의 경쟁력의 기반인 플랫폼의 다양성, 셀러의 다양성을 통한 강력한 소비자 혜택 제공의 틀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시장에 대한 외부 개입으로 인해 시장 메카니즘이 무너지면 다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해보고 부작용이 있으면 고치자는 안일한 생각도 경계의 대상이다. 빠른 개입이 아닌 안정적 시장 시스템 구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동일 한국유통학회 전회장, 명예회장, 한국상품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