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자금이 투자 상품으로 옮겨가면서 타겟데이트펀드(TDF)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6년 전 2조원대였던 TDF 규모는 10조원을 넘어 13조원까지 불어났다. TDF가 대표 연금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도 치열하다. 단기 수익률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이, 중장기 수익률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TDF 설정액 규모는 전날 기준 13조49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0조6637억원과 비교해 1년도 안 돼서 26.5% 커진 규모다.
운용사별로 미래에셋운용이 설정액 5964억원 늘리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이 4738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그다음 KB운용 4124억원, 한투운용 3742억원, 신한자산운용 2228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 1647억원 등의 순으로 규모를 늘렸다.
TDF란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 시점(빈티지)으로 잡고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 채권 등의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펀드다. 만약 상품분류에 '2050'이 붙었다면 2050년 은퇴를 목표로 돈을 굴린다는 뜻이다. 2016년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TDF는 2019년말 2조9000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202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 2021년 8조원, 2022년 9조2000억원, 2023년 9조6000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씩 커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퇴직연금 시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9월말 459조4625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2조2709억원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원리금비보장 증가분이 29조888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된 점도 TDF 성장세에 힘을 불어넣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계좌 안에서 운용 지시가 없는 경우 미리 지정한 금융상품으로 연금을 운용하는 제도인데 TDF는 디폴트옵션 편입된 대표 상품이다.
2023년 6월 말 1조1019억원이었던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6월 말 현재 47조9422억원으로 급증했을 정도로 매년 성장세다. 디폴트옵션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질 경우 TDF로도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TDF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전체 설정액에서 각사 분을 나눠 계산한 결과, 시장 점유율은 미래에셋운용이 32%(설정액 4조3192억원)로 가장 높았고 이어 삼성운용 16.6%(2조2392억원), KB운용 14.8%(1조9942억원), 한투운용 11.3%(1조5298억원) 등이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상위 4개사 중 한투운용을 제외하면 모두 점유율이 작년 말 대비 소폭 내려갔다. 중소형 운용사의 TDF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방증이다.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운용과 KB운용의 성과가 돋보였다. 최근 6개월간 2060빈티지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22.3%를 올린 KB운용의 ‘KB다이나믹TDF’였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ARIRANGTDF’(수익률 22.2%), 신한운용의 ‘신한마음편한TDF’(21.4%)가 그다음이었다. 2055빈티지에선 미래에셋운용의 ‘미래에셋자산배분TDF’가 23.1%로 선두였고 신한운용의 ‘신한마음편한TDF’(22.0%), 미래에셋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TDF’(21.2%) 순이었다.
중장기적으론 한투운용이 절대 강자였다. 최근 3년간 TDF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2060빈티지·2055빈티지 모두 한투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였다. 수익률은 2060빈티지 72.9%, 2055빈티지 70.3%였다. 2060빈티지 2위는 ‘한화ARIRANGTDF’(70.0%)가, 2055빈티지 2·3위는 ‘신한마음편한TDF’(69.2%), ‘KB온국민TDF’(67.7%)가 각각 차지했다.
박희운 한투운용 솔루션본부장(전무)은 “2029년 말 퇴직연금 시장이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TDF는 거기서 10% 정도로 잡아도 100조원에 이른다.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인 미국만큼 국내 TDF 규모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장기간 샤프 비율(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은 TDF 상품이 앞으로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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