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 ‘쿠팡 인텔리전스 클라우드(CIC)’ 조직을 출범시키고 대외 클라우드 사업을 공식화한 데 이어, 최근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 프로그램(NCP) 자격까지 확보하며 행보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NCP 확보가 외부 클라우드 사업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실제로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시각이 교차한다. 쿠팡 측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NCP 자격을 확보했다. NCP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인프라 역량을 공식 인정하는 인증으로 국내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NCP 자격 획득이 곧바로 외부 클라우드 사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한 CSP(Cloud Service Provider)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쿠팡만이 NCP 자격을확보했지만 이를 근거로 외부 클라우드 사업까지 확대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NCP 파트너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 정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가 필요하다"며 "네이버클라우드처럼 쿠팡도 내부 사용을 위한 대량 구매로 자격을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GPU 활용이 외부 클라우드 사업보다는 내부 AI 자동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AWS가 AI를 통한 물류 자동화로 인력을 절감하고 있는 것처럼, 쿠팡도 AWS 모사 전략에 따라 물류창고와 배송 부분을 AI로 자동화하는 데 GPU 리소스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의 해외 진출과 연계된 전략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팡이 물류 거점을 해외로 확장하면 해외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해외 진출과 함께 진행하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쿠팡이 국내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많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서비스와 외부 서비스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크다"며 "B2B의 핵심인 사용량 측정과 과금을 연동하는 빌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정화하는 것은 단시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외 서비스는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자동화해서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쿠팡이 지난 6월 정부의 1조4590억원 규모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NHN클라우드 등과 경쟁했지만 탈락한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업계는 쿠팡이 대규모 GPU 운영 경험 부족으로 안정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시 정부의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 발표 현장에 CIC 대표를 겸하는 쿠팡플레이 김성한 대표가 참석했다고 알려져 쿠팡의 클라우드 사업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앞서 쿠팡은 올해 1월 '쿠팡 인텔리전스 클라우드(CIC)' 조직을 설립하며 클라우드 사업 준비를 시작했고, 7월에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CIC로 리브랜딩하며 대외 사업을 공식화했다. 그간 쿠팡은 AI 인프라(GPUaaS)를 내부 서비스와 일부 연구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해 왔다.
반면 쿠팡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 수천장 규모 GPU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기에 AI 클라우드 영역에서 기존 CSP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쿠팡의 NCP 자격 획득 자체가 AI 클라우드 시장을 염두한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 측은 NCP 자격을 활용해 외부 클라우드 사업에 나설지, 내부 AI 인프라 고도화에만 집중할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사업 초기 단계라 공개할 내용이 없다"며 "향후 구체화 되는 내용이 있을 시 외부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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