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강조해온 '소버린 인공지능(AI)'이 이재명 정부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으면서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실상 국가 AI의 대명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 AI 핵심 사업 3개를 모두 네이버클라우드가 석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버린 AI = 네이버 AI'라는 등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 챗GPT 생성
. / 챗GPT 생성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해 15개 경쟁팀 중 최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 이달 초 'AI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GPU 임차 지원)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여기에 이달 말 발표 예정인 1조4600억원 규모의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에서도 1만4000개 GPU 확보 계획을 제시하며 쿠팡(1만개)을 앞서고 있다.  

만약 네이버클라우드가 국가대표 AI 선발로도 불리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까지 수주할 경우 총 2조원 규모의 정부 AI 사업을 선점하게 된다. 특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최종 선정되는 기업은 'K-AI'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고, 향후 정부 AI 정책의 핵심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이에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한국의 소버린 AI가 사실상 '네이버 AI'와 동일시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은 줄곧 글로벌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버린 AI 개념을 주창해왔다. 올해 사내이사로 복귀한 뒤에는 이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이해진 의장 복귀 후 R&D에 사활을 건 투자가 진행 중"이라며 "투자가 기존 규모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계획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은 기술적 토대도 갖췄다. 네이버는 데이터, 알고리즘, 모델 훈련, 상용화에 이르는 전 주기를 자체 기술로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 LLM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고, 2023년에는 이를 고도화한 '하이퍼클로바X'를 상용화했다. 22일에는 '하이퍼클로바 X 시드 14B 씽크'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해외 모델을 개조한 것이 아닌 순수 국산 기술임을 재차 강조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기술총괄은 "해외의 상용 모델을 개조한 기술로 그 생태계에 편입되기보다는 토대부터 자체 기술로 구축한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 AI 생태계의 본격적 성장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추구하는 'AI 주권 확보' 목표와 일치한다.

하지만 네이버가 정부의 AI 사업을 독식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과거 네이버클라우드에서 AI 혁신센터장을 맡아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운영을 총괄했다는 점에 이해상충 여부를 묻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견제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 일각에서는 네이버 출신 인사들의 정부 진출을 두고 "보은 인사"라며 공세를 시작했다. AI 정책에서 네이버가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또한 진정한 소버린 AI를 위해서는 특정 기업의 독점보다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업계 한 관계자는 "소버린 AI의 본래 취지는 외부 의존을 줄이고 자립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인데, 정부가 특정 기업만 집중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조가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기술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AI 연구자는 "우리나라에서 자체 기술만을 활용해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토대부터)’로 개발한 소버린 AI를 만드는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네이버가 정부의 3가지 주요 AI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소버린 AI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