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3분기 사상 최대 호실적을 거뒀다. 상위사 8곳이 3분기까지 벌어들인 펀드 운용보수 수익만 1조원에 육박했다.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돌파함에 따라 4분기에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ETF 순자산총액 상위 8곳(3월 결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제외)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총 7182억원(별도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4378억원) 대비 64.0% 커진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300억원)도 일찌감치 넘어섰다.
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두를 달렸다. 3분기까지 28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동기(1325억원) 대비 113.9% 확대했다. 규모와 증가율 모두 1위였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선 건 업계 최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등 펀드 보수 및 해외법인 이익 증가, 판교 테크원타워 매각 일회성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이 전년동기 대비 69.2% 늘어난 130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업계 2위에 올랐다. 종전 최대치인 2021년 3분기 812억원을 약 500억원 웃돌았다. 삼성자산운용은 KB에 밀려 3위로 내려 앉았다. 다만 규모로 보면 772억원에서 957억원으로 23.9% 늘려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전년동기 대비 67.9% 커진 510억원을 거두며 종전 최대치인 420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신한자산운용은 3분기 누적 32.4% 늘어난 424억원을, 키움투자자산운용은 94.1% 증가한 421억원을, 한화자산운용이 1.6% 불어난 400억원을, NH아문디자산운용이 21.0% 커진 336억원을 각각 거뒀는데 모두 3분기 누적 기준 최대 영업이익이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업계 ‘먹거리’로 떠오른 ETF 시장이 호황을 보인 결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는 ETF 등 펀드를 운용하는 대가로 투자자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데 3분기까지 ETF 시장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순자산가치(NAV) 올라가면서 관련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ETF 순자산총액은 9월 말 기준 249조8577억원으로 연초 이후 77조9596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순자산 증가액(37조9160억원)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였다.
ETF 시장 확대는 운용사의 펀드 운용수익으로 이어졌다. 주요 자산운용사 8곳의 3분기 합계 투자신탁위탁자보수 수익은 9117억원으로 전년동기(7907억원) 대비 15.3% 늘어났다. ETF 강자 미래에셋과 삼성운용 둘이 합쳐 4000억원 넘는 운용수익을 올렸다.
수익 증가율로 보면 한투운용의 투자신탁위탁자보수 수익이 639억원에서 833억원으로 30.2% 늘어나며 가장 높았다. KB가 관련 수익을 1121억원에서 1437억원으로 28.2% 확대하며 뒤를 이었다.
그 뒤를 삼성(투자신탁위탁자보수 1926억원)이 22.5%, 신한(871억원) 14.7%, 키움(449억원) 10.0%, NH아문디(480억원) 9.8%, 미래에셋(2442억원) 9.7%, 한화(679억원) -8.7% 순이었다.
증시 호황에 따른 효과도 누렸다.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자산의 가치 상승 시 반영되는 이익인 증권평가이익은 8개사 합쳐 543억원으로 전년동기 326억원 대비 68.5% 늘어났다. 한화(증권평가이익 110억원)의 증가 폭이 344.3%로 가장 컸다. 금융자산을 매각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인 증권처분이익도 합계 101억원에서 151억원으로 49.1% 불어났다.
ETF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연간 실적도 기대 이상일 전망이다. 거래대금 확대가 그 근거다. 18일 기준 10~11월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0조2418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11월만 따지면 11조원에 육박한다. 올 1~9월 ETF 일평균거래대금이 4조5478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ETF 순자산총액도 9월 말 이후 이달 18일까지 3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그에 따른 운용사들의 펀드 운용수익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TF가 펀드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ETF 거래량이 늘어나고 자금이 유입될수록 운용사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요 사업 영역인 만큼 앞으로도 ETF가 실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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