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신한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10조원 돌파 원동력으로 혁신 상품을 꼽으면서도 상위사들이 혁신 상품을 뒤따라 베껴서 출시하는 카피 문제를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가상자산 등을 통해 상위사로 도약할 것이라고도 다짐했다.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5일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SOL ETF 10조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5일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SOL ETF 10조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승준 기자

조재민 대표는 15일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SOL ETF 10조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순자산 10조원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SOL ETF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다음 빠르게 견제해 들어오는 상위 운용사의 카피 행태를 꼽았다.

조 대표는 “(상위사들이) 카피 상품을 만들어 훨씬 많이 시딩(초기자금 투자)하는 식의 견제가 있었고 심지어 물밑에서 약간의 방해 작업도 조금 있었다”며 “(ETF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상위사들의 강한 견제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상품) 혁신을 해도 경쟁자들이 금방 따라 하는 것 자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 관행적으로 상도덕 차원에서 생각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는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룸을 줘야지 이기적으로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금방 똑같은 걸 내서 눌러버리는 행태가 맞는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대형 운용사의 ETF 베끼기는 업계 관행처럼 여겨졌다. 중소형 운용사가 시장 주도주 중심으로 새 상품을 내놓으면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사가 막강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유사 상품을 출시해 왔던 것. 

이 같은 어려움에도 SOL ETF 순자산이 1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상품 혁신을 꼽았다. 2022년 6월 업계 최초로 낸 ‘월배당 ETF’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대형주를 빼고 소·부·장 기업에 초점을 둔 상품, 주도 종목에 집중한 ‘TOP 시리즈’도 거론했다.

조 대표는 “미국 회사들은 회계주기가 다 달라서 미국주식을 충분히 갖고 있으면 매달 배당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는 데 착안해서 월배당을 도입했고 그것이 미국 배당주하고 잘 결합해서 히트 상품이 됐다”며 “소·부·장 회사들은 작은 회사라서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 측면에서 소·부·장에 포커스를 한 상품을 도입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조선과 같이 (주도 기업에) 집중한 상품을 도입해 압도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유형이라도 하더라도 종목 구성 선택에서 앞선 섹터가 있었는데 AI,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이 그렇다”며 “종목 선택에 있어 우월한 경우가 많아 상대적·절대적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냈고 그런 것들이 모여 고객 선호를 이끌어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한자산운용은 ETF 상위 운용사로 도약하는 ‘SOL ETF 2.0’ 성장 전략 키워드로 AI, 가상자산, 연금 등을 제시했다. 거대한 변화의 초입에 선 지금이 ETF 시장의 새로운 성장 국면이고 AI와 가상자산이 산업구조뿐 아니라 삶의 전반을 바꿔 놓을 패러다임으로서 시장 기회 요인을 폭발적으로 확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총괄은 “단지 AI를 영위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상품을 넘어서 AI가 바꿔 나가는 세상에서 선제적으로 투자 기회를 포착해 투자자들이 연금자산과 같은 장기 포트폴리오에서 우수한 성과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에 대해선 “ETF뿐 아니라 펀드 형태로도 나오게 될 텐데 단순하게 가상자산이라는 투자 대상을 직접 투자하는 것을 자산운용사가 간접적으로 대신 투자해 준다는 과점을 넘어서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투자 대상을 투자자들이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준비하고 있는데 아마도 비트코인 현물 ETF부터 시작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완화하면서 효율적이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가상자산 ETF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달 말 SOL ETF 2.0의 시작을 알리는 첫 상품으로 연금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대표 지수형 상품인 ‘SOL 미국 넥스트테크TOP10액티브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양자·사이버보안, 드론·우주·방산·조선, AI 인프라, 바이오테크 등 미래 패권 확보가 필요한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 이사는 “강력한 성장 스토리를 가진 중소형주는 몇 가지 환경만 갖춰지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게 된다”며 “지금 유동성이 받쳐주고 있고 양자, 드론 등 미국 기술 패권 산업이 적극 육성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