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가 엣지(Edge) 인공지능(AI)과 자사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TI는 엣지 AI 기반의 센서·카메라 기술을 고도화해 차세대 차량 개발의 핵심 축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중서 TI코리아 대표이사. / TI 코리아
박중서 TI코리아 대표이사. / TI 코리아

TI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TI 임베디드 랩스 2025 코리아(Embedded Labs 2025 Korea)’를 열고 최신 임베디드 기술 트렌드와 TI의 시스템 솔루션을 공개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 확대에 대비한 기술 전략을 집중 소개했다.

박중서 TI 코리아 대표는 “TI는 50년 이상 축적한 임베디드 혁신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성과 엣지 AI, 기능 안전, 보안, 제조 역량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전 세계 고객이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이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TI 프로세서를 활용한 비전 AI 기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설계 가속화 ▲엣지 AI로 구현하는 지능형 산업 애플리케이션 ▲이더넷 링 아키텍처 기반 영역 아키텍처 설계 ▲레이더·카메라 센서 퓨전 기술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김태훈 기술지원 엔지니어 이사. / 허인학 기자
김태훈 기술지원 엔지니어 이사. / 허인학 기자

김태훈 TI 기술지원 엔지니어 이사는 “TI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DAS 개발을 위한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엣지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주차보조, 전방 카메라,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엣지 AI는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지 않고 로컬 디바이스에서 직접 학습·분석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고 전력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김 이사는 “기존 ADAS는 정의된 규칙과 알고리즘에 기반해 차선 유지나 충돌 경고처럼 명확한 역할 수행에는 적합했지만, 실제 주행 환경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엣지 AI 기반 딥러닝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정확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조명 조건 등 제약도 적어 예외 상황 대응력이 높다”고 했다. 이어 “운전자의 행동을 학습해 선호 상황을 예측하는 등 개인화 서비스 구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TI는 차량용 카메라에도 엣지 AI 딥러닝 솔루션을 적용하며 글로벌 안전 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전방 카메라 탑재가 의무화됐고, 유럽 신차안전도평가(NCAP) 최고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처리 능력이 핵심 요소다. TI 솔루션은 현재 현대자동차·기아의 서라운드뷰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다.

TI의 MCU 및 프로세서 ADAS 솔루션 도표. / TI코리아
TI의 MCU 및 프로세서 ADAS 솔루션 도표. / TI코리아

허정혁 기술지원 엔지니어 이사는 “TI는 신호 처리 과정에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기반 AI를 접목하고 있으며, 이는 스마트팩토리·로봇·운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허 이사는 “MCU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MCU에서 바로 추론하는 형태로 기존 소프트웨어 대비 처리 속도가 5~10배 빠르다”며 “음성 명령, 키워드 감지, 재실·동작 감지, 위치 추적, 모터 오류 감지, 모니터링,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으로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TI는 SDV 전환을 위한 영역 아키텍처 솔루션 제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성일 기술지원 엔지니어 이사는 “자동차가 SDV로 전환되면서 영역별 컨트롤을 분리해 시스템 개발을 단순화하는 영역 아키텍처 구현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방식을 적용하면 차량 내 MCU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량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의 레이더와 카메라 강점을 보여주는 이미지. / TI 코리아 
차량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의 레이더와 카메라 강점을 보여주는 이미지. / TI 코리아 

차량 내부 안전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 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의무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레이더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 통학 차량은 2019년부터 해당 시스템 탑재가 의무화됐고, 일반 승용차 역시 뒷좌석 감지 기능 탑재 시 NCAP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기술 적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TI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카메라와 레이더를 조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레이더는 호흡 등 미세한 신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어 담요를 덮고 있는 어린이까지 인식 가능하다. 또 외부 침입 감지, 안전벨트 리마인더, 어린이 탑승 확인 기능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시트 무게 센서 대체가 가능해 비용·무게 절감 효과도 있으며, 빛이나 온도 등 환경 요인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박선일 기술지원 엔지니어 차장은 “TI의 탑승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98% 이상의 감지·위치 인식 정확도를 갖고 있다”며 “레이더와 카메라 데이터는 AI 기반으로 처리·분류해 출력한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