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키워드 #20] 퀀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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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1.23 09:23
① AI+X ② 5G생태계 ③ CDO(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 ④ 모빌리티 ⑤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⑥ 클라우드+ ⑦ 게임 구독·스트리밍 ⑧ M&A ⑨ X테크 ⑩ 뉴 디바이스 ⑪ 셰어링(Sharing) ⑫ 공간(Space) ⑬ 버추얼(Virtual) ⑭ 리질리언스(Resilience) ⑮ 딥페이크(Deepfake) ⑯ 퀀텀

2019년 10월 구글은 자사 블로그와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현존 최강의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수학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3분 20초 만에 풀었다고 밝혔다. 구글 연구팀은 당시 기자 회견에서 양자우월성 입증이 컴퓨터의 개발사에 있어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유인비행기에 필적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세계 과학과 기술산업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 사건이다.

양자 컴퓨터, 양자 정보통신, 양자 암호화 등 퀀텀(양자·Quantum)’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기존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MIT대 선정 혁신기술, 디지털기술 톱10, 가트너 선정 전략기술 톱10 등 세계 유수의 연구소와 컨설팅 기관이 양자컴퓨팅을 미래를 변화시킬 주요 기술 중 핵심 기술로 꼽은 이유다.

구글이 개발한 퀀텀 프로세서. / 구글 블로그 갈무리
양자컴퓨터는 연산 능력이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히 뛰어난 차세대 컴퓨터다. 관측 전까지 양자가 지닌 정보를 특정할 수 없는 ‘중첩성’이라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한다. 기존 컴퓨터는 0 아니면 1의 값을 갖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계산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큐비트(qubit) 단위를 이용해 계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양자컴퓨터 상용화로 기존의 모든 사이버 암호체계가 뚫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보다 수억배 빠른 계산 능력으로 기존의 모든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정보통신은 이에 맞선 ‘방패’다. 데이터의 초고속처리, 정밀 수집, 보안 전송이 특징이다. 데이터 전송량이 폭증하는 5G 시대에 본격화될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등에 필수 적용할 기술로 꼽힌다.

과학기술정통부는 세계 양자산업 시장규모가 2035년 4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반도체 시장 규모에 근접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불붙은 양자 기술 글로벌 패권 경쟁

미래 양자산업의 패권을 쥐려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국가 단위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구글, IBM 등 자국 기업을 통해 한발 앞서간다. 2018년 12월에는 5년간 13억달러(1조5200억원)를 양자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시행했다. 연구개발과 인재육성을 위한 거점 10곳도 구축한다. 백악관은 양자 정책을 조언하는 자문위원회도 만들었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양자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다. 정부 주도로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중국은 이미 2016년 세계 첫 양자암호통신 위성 '묵자(墨子)’ 호를 발사했다. 2017년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2000㎞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망을 구축했다.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올해까지 100억달러(1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일본 정부는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을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요 분야로 자리매김 시킨다. 일본 정부는 5년 내 양자컴퓨터가 일부 계산에서 슈퍼컴퓨터를 넘어서도록 개발하고, 20년 후에 양자컴퓨터가 폭넒게 활용되도록 실용화 할 방침이다. 연간 160억엔(1700억원)이었던 양자컴퓨터 개발 예산도 2020년부터 두배로 늘린다.

EU는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을 위해 2018년부터 10년간 10억유로(1조3000억원) 프로젝트를 추진 한다.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는 EU와 별도로 독자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인텔이 발표한 양자컴퓨팅 시스템 제어 SOC ‘호스 리지’. / 인텔 제공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추격하는 삼성·SKT

미국은 구글 뿐만이 아니다. 인텔,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미국 거대 기술기업은 앞다퉈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인텔은 실리콘에서 스핀 큐비트(spin qubit)으로 알려진 기술 발전을 눈여겨 본다. 스핀 큐비트는 초전도체 큐빗보다 더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텔은 실리콘 스핀 큐비트와 초전도 큐비트 시스템을 포함한 양자 하드웨어 개발 초기 단계에서 양자 컴퓨터 상용화를 가로막는 요소가 ‘상호 연결’과 ‘제어전극’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향후 다수의 큐비트를 제어하고 보다 많은 수의 큐비트로 미래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는 확실한 경로를 마련했다.

IBM은 1985년부터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와 개발을 진행했다. IBM은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이 중심이 된 양자컴퓨팅 기업 연구그룹인 ‘IBM Q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2019년 9월에는 세계 최대 퀀텀 컴퓨터 시스템 마련을 위해 뉴욕 주에 IBM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를 열었다. IBM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는 2019년 10월 기준 14개의 클라우드 기반 퀀텀 컴퓨터 시스템을 제공한다.

MS는 2019년 양자컴퓨터 기술개발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인 '퀀텀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자사의 '애저' 클라우드 환경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팅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한다. 퍼듀대학, UC산타바바라, 코펜하겐대학 등 연구진과 양자컴퓨터 분야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며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두바이 수전력청,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 등과 제휴를 맺고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AWS도 2019년 12월 양자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 브라켓’을 발표했다. 브라켓은 양자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개발자들이 AWS 클라우드상에서 AWS 협력사의 양자 하드웨어를 쓸 수 있는 개발 환경을 지원한다. AWS가 자체 양자컴퓨터를 만든 것이 아닌 디웨이브, 아이온큐, 리게티 등 기존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업체와 협력한 서비스인 점이 특징이다.

한국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선두에 섰다. 2018년 양자정보통신 분야 세계 1위인 스위스의 IDQ를 700억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초 하버드대 양자정보과학연구소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스타트업 알리오에 투자해 양자컴퓨터 생태계에 발을 들였고, 같은해 10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산하 벤처캐피털인 삼성카탈리스트펀드를 통해 미국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인 아이온큐에 5500만달러(650억원)를 투자했다.

2019년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 및 대담 모습.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통역사·아서 허먼 허드슨 연구소 박사·이영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 이광영기자
선진국 투자 대비 턱없이 부족한 韓 양자 예산

먼 미래로 여겨진 양자컴퓨팅 시대는 현실로 가까워졌지만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2019년 처음으로 445억원을 투자하는 ‘양자 컴퓨팅 지원 사업’을 확정했다. 투자 규모를 많이 잡아도 선진국의 10분의 1미만이다. 경쟁 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구글은 이미 72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는데, 한국이 2023년까지 가동 목표로 하는 양자컴퓨터 사양은 5큐비트에 그친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도 없다. 양자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의 진흥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률 제정이 두 차례 추진됐지만, 모두 국회 통과에 실패했다.

과기정통부가 2017년 추진한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R&D 예비타당성 조사는 기획재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2018년에는 R&D 예타 조사 접수마저 실패했다. 관련 분야 예산은 2018년 146억원, 2019년에는 260억원이었다.

암 치료용 약물을 발견하고, 머신러닝 학습을 개선한다. 물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비행 제어 시스템 버그를 잡을 수 있다. 양자 기술이 이끌어줄 미래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이 세계 최고 5G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양자다.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아서 허먼 박사는 지난해 6월 열린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서 "양자 기술은 정보보안과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5G 분야에서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촉진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하게는 국제 동맹과 지정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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