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실상 더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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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8 06:00
SK하이닉스가 국내 설비증설, M&A 등을 통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이는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을 비중있게 키운다는 뜻이 아니다.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메모리 사업에 지속 주력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수익원 다각화 차원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접근한다. 생산능력을 높인다고 해서 수주 물량이 동반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쟁사가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8인치 웨이퍼 기술에 머물러 있는 탓에 점유율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올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부문의 수익은 신규 설비투자 등 비용을 고려할 때 더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경기도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8인치(200㎜) 파운드리 사업 투자를 통해 국내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개발·양산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에는 모바일, 가전, 차량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기대했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시스템IC)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비중은 미미하다. 2020년 매출액은 7030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2%쯤에 불과하다. 반면 메모리인 D램 매출은 22조5000억원(70.6%), 낸드플래시는 7조5000억원(23.4%)을 차지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보유한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8만5000장이다. 이 생산능력을 두배 확대하면 월 17만장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10위 업체인 DB하이텍(13만장)의 생산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

단순 계산상으론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매출이 2%에서 4%쯤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메모리 투자 및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하면 실제 파운드리 매출 비중은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장 3조5000억원을 투자한 이천 M16 공장에서 하반기에 D램을 생산하면 파운드리 매출 비중이 더 쪼그라 들 수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제 사업 비중이 미미한 파운드리를 먼저 앞세운 박정호 부회장의 메시지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파운드리 2배 증설 발언은 오히려 메모리 중심의 사업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애초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삼성과 TSMC의 주력 제품은 12인치(300㎜) 웨이퍼인 반면, SK하이닉스는 8인치 웨이퍼를 쓴다. 8인치 웨이퍼는 생산성이 낮고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 주요 파운드리 기업은 2008년부터 해당 생산 라인을 정리했다. 하지만 최근 다품종 소량생산이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시장 확대로 8인치 웨이퍼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CIS), 파워반도체(PMIC) 등이 재조명 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박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지속 언급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가 현재 주력 중인 메모리 반도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4183억달러(516조원)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1116억달러(125조원)로 26.7%에 그친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3067억달러(343조원)로 73.3%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D램과 낸드의 균형잡힌 양날개 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D램 대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낸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로 제2의 도약을 꾀한다. 인텔 낸드사업 부문 인수 작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M16 신규 팹 본격 가동이 핵심이다. 파운드리 사업확대는 후순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SK하이닉스가 단기간에 파운드리 사업 비중을 올리기엔 어렵고,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번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라며 "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규모에 관심이 쏠려있다 보니 무리한 추측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박 부회장이 구체적인 숫자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3일 K-반도체 전략 발표를 통해 파운드리 국내 증설과 M&A 등 전략적 옵션을 구체화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조만간 키파운드리 인수 또는 공격적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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