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가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및 서비스 현장의 ‘비대면’ 확산이 기업들의 IT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IT 인프라 기업 에퀴닉스(Equinix)는 자사가 진출한 26개 국가의 IT기업 임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 글로벌 기술 트렌드 설문조사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국내 조사의 일부 결과가 글로벌 시장의 조사 결과와 상당 부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장혜덕 에퀴닉스 한국 대표가 자사의 글로벌 기술 트렌드 설문조사 내용 중 한국 내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장혜덕 에퀴닉스 한국 대표가 자사의 글로벌 기술 트렌드 설문조사 내용 중 한국 내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코로나 팬데믹이 어떻게 기업의 디지털 인프라를 비롯한 임원들의 생각과 계획 등을 바꾸었나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한 이번 연구에서, 의사결정권이 있는 국내 IT 부문 임원의 79%가 증가하는 클라우드 수요를 충족하고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향후 몇 년 내로 디지털 인프라를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사실상 기업 IT 시장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코로나 팬데믹을 기회 삼아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로의 전환을 더욱 서두르고 있다는 것.

실제로, 조사에 응한 국내 IT 임원들의 36%가 디지털 혁신 계획을 당초 예정보다 훨씬 앞당겼으며, 31%의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IT 인프라 투자 예산을 대폭 늘린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그런데,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을 서두르고 예산을 늘리는 비율은 글로벌 평균에 비해 다소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에퀴닉스는 이를 한국의 사회적 IT 인프라가 글로벌 평균 대비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것을 이유로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부닥친 글로벌 기업들보다 국내 기업들이 IT 전략 수립과 예산 투입에서 훨씬 여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무 형태에 대해서는 비대면으로 확산한 원격 업무, 재택근무 등 새로운 업무 형태가 그대로 뿌리를 내릴 전망이다. 국내 IT 임원들의 56%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라 조직 내에서 일하는 장소와 방식에 대한 장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혜덕 에퀴닉스 한국 대표는 "이미 한국 지사는 물론, 미국 에퀴닉스 본사 역시 직원들의 업무 내용에 따라 업무수행 방식을 5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이에 맞춰 업무 공간 자체를 새롭게 개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IT 혁신의 가장 핵심 과제로 ‘IT 인프라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는 IT 인프라 디지털화 외에도 ‘사이버 보안’, ‘데이터 보호 규정 수립’ 등을 최우선으로 꼽은 글로벌 기업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다만, 순서에만 차이가 있을 뿐, 각 사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들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에퀴닉스 측의 분석이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사업 확대와 신규 시장 진출에 힘을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7%의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비롯해 새로운 지역과, 국가, 도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것. 즉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기존 주력 시장에서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코로나 시대 해외 진출 기업이 늘어나면서 에퀴닉스는 기업 IT 시장에서 자사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해외 및 신규 시장 진출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57%의 기업 중 32%가 시장 내 물리적 IT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가상 방식으로 비즈니스 확장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

특히 국내 IT 리더의 58%가 조직 간 직접적인 프라이빗 데이터 교환인 ‘상호연결’이 코로나19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이 늘어날 수록 기업 IT 인프라 간 직접/간접 상호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퀴닉스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혜덕 대표는 "국내의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멀티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물리적 또는 가상으로 새로운 시장과 지역으로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라며 "2019년 에퀴닉스가 한국 시장에 정식 진출한 이후, 국내 시장에서만 무려 30%나 성장했다.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에퀴닉스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힘을 더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