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시대 맞은 반도체·배터리, 韓 지배력 확산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9.21 06:00
오랜기간 형성된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과 공급망이 급변의 시기를 맞는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이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국가 간 우호관계와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감안하면 우리 반도체·배터리 기업에는 위기보다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0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안정적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자급자족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미국 정부는 2020년에 반도체 설비 투자비용의 40%까지 환불 가능한 투자세액공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시 최대 30억달러의 연방 보조금도 지급키로 하며 글로벌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EU도 올해 3월 향후 10년 내 세계 반도체 제품의 최소 20%를 EU 내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을 담은 ‘2030 디지털 컴퍼스’ 계획을 발표했다. 15일(현지시각)에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EU 차원의 지원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도 미국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반도체 굴기’를 일관적으로 추진 중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1조위안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투자를 지속한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흐름이 최첨단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에 득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10년 가까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면서도 아직까지 10나노 수준의 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삼성전자는 미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을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미국에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제2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경우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TSMC로 고객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유럽이나 중국에서 국가적인 지원이 있더라도 단기간 극복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배터리 업계도 반도체와 비슷한 현상을 겪는다. 미국, 유럽은 배터리 등 핵심품목을 자국내 생산하도록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배터리 원자재 채굴 및 가공에서 소재 가공, 셀·모듈·팩까지 모든 가치사슬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지위가 강해지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 배터리 공급망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을 중재하는 것은 물론,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럽은 완성차·소재업체 등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동맹에 주요 국가가 예산 4조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올해 들어 정식 가동했다. 테슬라, BMW 등 42개 기업이 대상으로 배터리 산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EU의 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움직임은 한국에 득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34.7%로 중국(37.5%)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 및 완성차 기업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배터리 제조 파트너십을 맺으며 신뢰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셀, 소재에 관계없이 공급망 재편 국면을 반기고 현지 진출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 증가는 원료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 구축하는 것이 우리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할 과제다"라며 "로봇·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 관련 산업을 활성화 해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로 인한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수출 감소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시장규모가 큰 신흥국의 전기차 보급에 맞춘 배터리 시장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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