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에서 휴대폰 회선 수가 줄어든 반면 사물인터넷(IoT) 회선 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회선 수만 보면 이동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겨 사업에 제한이 있어야 하지만 IoT 회선 수가 늘다 보니 별도의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같은 통계 왜곡을 바로잡아 일부 사업자의 시장 과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양정숙 의원 / 양정숙 의원실
양정숙 의원 / 양정숙 의원실
양정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은 알뜰폰 전체 가입자가 2월 말 기준 108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휴대폰 회선 가입자는 감소한 반면 IoT 회선은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양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 알뜰폰 전체 회선 중 휴대폰 회선 가입자는 687만명에서 2021년 말 609만명으로 11.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사물인터넷(IoT) 회선 가입자는 87만명에서 426만명으로 384.6% 증가했다.

양 의원은 IoT 회선 수가 급증한 상황에서 알뜰폰 시장에서의 통계 왜곡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IoT 회선을 포함한 전체 알뜰폰 회선 수로 보면 이동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이 50% 미만이지만, 휴대폰 회선 수만 추리면 과반을 넘겨 과도한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 등을 알뜰폰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들 다섯 개 기업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IoT 회선을 포함 시 2019년 말 36.1%에서 올해 2월 31.8%로 줄었다. 휴대폰 회선을 기준으로 하면 같은 기간 점유율은 37.1%에서 50.9%로 늘었다.

특히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는 수익률이 낮은 IoT 회선보다는 휴대폰 회선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상황이다. 다섯 개 기업의 IoT 회선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25만명에서 올해 2월 21만명으로 4만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중소·독립 알뜰폰 사업자는 62만명에서 427만명으로 6.8배 늘었다. 전체 IoT 회선 가입자의 95.2%가 중소 사업자에 집중돼 있다.

양 의원은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가 2021년부터 지금까지 산정 방식을 개선하고자 통신 3사의 의견을 듣겠다며 시간을 끄는 사이 휴대폰 회선 가입자의 51%를 통신 자회사가 싹쓸이했다"며 "기존 통신사 시장 지배력이 알뜰폰 시장으로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현행 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산정 방식은 IoT 회선 가입자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무용지물이 됐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위해 현행 점유율 산정 방식을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과점을 막고자 사업자 등록 조건으로 점유율 50% 제한을 뒀다.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합계 점유율이 50%를 넘기면 사업에 제한을 두겠다는 내용이다. 산정 방식은 휴대폰과 IoT를 포함한 전체 알뜰폰 회선 수에서 이들 자회사의 회선 수를 나누는 식이다. 휴대폰 회선 수만 보면 과반을 넘겼지만 IoT 회선 수가 급증하다 보니 별도의 제약이 없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등록 조건에서 합계 점유율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안을 살피고 있다. IoT 회선 수를 제외하는 방법이 논의된다. 하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등록 조건을 변경해야 하다 보니 사업자 동의가 필수인데, 이견으로 인해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게 과기정통부 설명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