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3일 국회에서 열린다.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현안으로는 반도체 특허 기술과 관련한 이해충돌 논란, 군 면제 의혹, 증여세 누락 등이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논란을 키운 일부 장관 후보자와 비교해 큰 이슈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 선임까지 가는 과정에 큰 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청문회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쉽진 않은 방어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가운데) / IT조선 DB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가운데) / IT조선 DB
국회는 5월 3일 오전 10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과기정통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4월 2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을 확정했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은 원래 4월 마지막 주 열릴 예정이었지만, 새 정부 1기 내각 인사의 청문회가 순연하면서 이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도 5월 첫 주로 확정됐다. 국회는 2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으로 추경호(기획재정부), 박진(외교부), 원희룡(국토교통부), 한화진(환경부),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연다. 3일에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와 함께 한동훈(법무부), 이종섭(국방부), 이정식(고용노동부), 조승환(해양수산부) 후보자 청문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국회 과방위는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 출석할 참고인으로 강인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IP(KIP) 대표와 최성율 KAIST 기술가치창출원장, 박태서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 나노 CMOS 개발 과제 공동 연구원 등을 요청했다. 이 후보자의 대표 성과로 꼽히는 벌크 핀펫(Bulk FinFET) 기술과 관련해 증언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벌크 핀펫은 반도체 크기를 초소형으로 줄이면서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3차원(3D) 반도체 소자 기술이다. 인텔과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이 모두 사용하는 기술로,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 표준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2002년 KAIST와 해당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조승래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KAIST는 3월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카운티 순회법원에 KIP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KAIST 특허 관리 자회사인 KIP가 벌크 핀펫 특허 수익금인 2400만달러를 KAIST 몰래 빼돌렸다는 이유다.

벌크 핀펫 특허권은 국내선 KAIST가, 미국에선 KIP가 갖고 있다. 이 후보자는 특허 수익의 일정 비율을 보상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특허권을 KIP에 양도한 상태다. 이 후보자는 KIP에 그간 50억원쯤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KIP는 과거 삼성전자와도 소송을 진행하면서 합의금을 받았는데, 해당 금액의 일부도 이 후보자가 받을 예정이다.

조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기정통부 장관이 될 경우 KIP 소송 상대인 KAIST를 산하 기관으로 두게 되는 만큼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때 이해충돌로 보는 현행법에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의 군 면제 의혹도 청문회 주요 현안 중 하나다. 이 후보자가 1988년 병무청에서 근시 4급에서 5급으로 판정 번복을 받아 군 면제를 받았음에도 병적 기록표에 세부 수치 기록이 없다 보니 생긴 이슈다. 이 후보자 측은 당시 시력이 떨어진 상황인데다 그 당시 시력을 확인할 자료가 부재하다고 해명한 상태다.

여기에 이 후보자가 2017년 학회 참석차 해외로 출장을 가면서 아들과 아내를 동반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추가했다. 아들이 당시 서울대 같은 학과 학부생이었던 만큼 아빠 찬스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012년 총 11억4000만원을 부인에게 증여했음에도 최근까지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국회 안팎에선 이처럼 이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이 적지 않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큰 잡음은 없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장관 후보자와 비교해 의혹 이슈가 크진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진 사퇴 여론이 나오고 있다. 다만 청문회 성격상 이 후보자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수 있다.

청문회와 별개로 이 후보자의 자질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국내파로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석학 자리에 오르기까지 성과가 컸지만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다루는 과기정통부를 책임질 장으로서 역할 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과기정통부 장관으로서 과학기술과 디지털 정책 입안 과정에서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경제와 사회 전반에 혁신 활동이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인이 도전적인 연구 과제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서 광화문 우체국 집무실로 출근한 첫날(4월 11일) 기자들과 만나 "저에게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학기술과 ICT 분야 미래를 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