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미국 반도체는 한국…투자행보 엇갈려

이광영 기자
입력 2022.05.26 06:00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한국에서 대규모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대기업의 미국 투자 일변도가 비용이 적게 드는 해외에 생산시설을 짓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부추기고, 결국 국내 배터리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삼성SDI는 25일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부지를 확정하고, 최대 31억달러(3조9200억원)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미국 진출로 2025년 배터리 3사의 북미 배터리 생산능력은 총 373기가와트시(GWh)에 육박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경우 각각 200GWh와 150GWh 규모 생산라인이 북미에 구축된다. 이는 각사 배터리 생산능력의 절반쯤에 달하는 규모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와 스텔란티스, 인디애나 주정부 관계자들이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북미 대비 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는 소홀한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에야 충북 오창공장에 22GWh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2025년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443GWh)의 5%에도 못미친다.

SK온도 2025년까지 220GWh 이상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인데, 국내에는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서산공장(5GWh) 이후로 투자 계획이 전무하다. 삼성SDI는 울산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이 있으며, 최근 천안공장에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증설 중이다. 하지만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최근 미국에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외에도 자체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한다는 의중을 드러내면서 국내 투자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1월 평택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K배터리가 북미 시장에 집결하는 동안 반도체 업계는 해외 공급망 구축은 물론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며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5년 동안 45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 채용하는 투자·고용 계획을 24일 발표했다. 총 투자액의 80%인 360조원은 국내에 투입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반도체 육성에만 300조원쯤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에 포인트를 둔 삼성의 이번 발표는 토종 기업으로서 국내 산업 활성화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국내에 두는 것은 단순히 GDP 등 수치로 표현되는 그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120조원쯤을 투입한다. 이곳에는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 4곳이 건설된다.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소부장) 협력업체 50개사가 클러스터에 입주한다.

용인시에 따르면 클러스터 조성으로 3만1000개에 가까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5000명의 인구 유입, 513조원의 생산 효과, 188조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3사가 당장 북미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2025년 7월 예정된 신북미자유협정(USMCA) 발효 때문이다. USMCA가 발효한 후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의 현지 생산 비중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과 글로벌 완성차의 북미 합작공장 양산 시점이 대부분 2025년인 점도 이런 이유에 따른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3사가 2025년까지 북미시장에서 17조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면서 자연스레 국내 투자 여력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시장 투자가 안정화 하면 국내에도 투자를 늘릴 요인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전기차 밸류체인 형성을 토대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해외진출 및 판로 확대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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