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진흥법] ③법안 논의 가시밭길…정부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마지막편)

입력 2021.07.23 06:00

이명박 정부는 2013년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통해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금지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중견기업들도 100% 만족하지 못했다. 참여 예외 인정 비율이 높아 실질적인 제한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된지 7년 만에 제도에 손을 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를 통해 신시장 창출과 해외진출이 가능한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부분 허용하는 등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그런데도 SW진흥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한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단초가 됐다. 여당 의원들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채 발의되다 보니 중견SW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IT조선은 최근 SW진흥법을 둘러싼 업계의 의견을 살피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와 현황들을 분석했다.

정부 부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SW진흥법)의 대기업 참여 제한 개정에 관심이 많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대규모 사업 시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과 발빠른 리스크 대응 등에 한계가 있다. 정부의 대기업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부처에 따라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과기정통부는 대기업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반면, 타 부처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등 법안 논의 과정도 가시밭길이다.

소프트웨어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22일 SI 업계 등에 따르면,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SW진흥법 개정안은 공공부문 참여 제약을 받는 대기업이 아닌 주요 수요처인 정부측 민원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가 대표적인 예다. 교육부는 2020년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구축 사업’에서 대기업 참여 불허로 쓴맛을 봤다. 교육부는 예외신청 사유로 나이스 구축사업이 ‘국가안보’와 연관이 있다며 대기업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세 차례나 통과하지 못했다. 네 번째 시도에서는 ‘신기술 도입’을 위해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반려됐다. 교육부뿐만 아니라 타 부처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발주처인 정부부처 내에서 대기업의 공공SW 부문 참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SI 업계는 한준호 의원의 개정안이 나온 배경으로 중소·중견업계와 대기업 간 기싸움 때문이 아니라 정부부처의 요구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7년 전 공공SW 사업에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생겼는데, 이후 대기업들은 내부에 있던 관련 부서를 없애거나 축소 운영하기도 했다"며 "대기업 SI 업체들은 제한이 바로 풀리더라도 크게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어 잡음을 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등 정부 부처에서 국회의원실에 민원을 제기한 후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소기업 역시 중견기업보다는 대기업과 함께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SW진흥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간 대립은 첨예하다. 한준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SW진흥법이 원안대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같은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심의권한이 있는 과기정통부부터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SW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 국가기관의 장이 예외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나온다. 사실상 현재 과기정통부 장관이 가진 공공SW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인정 권한을 각 국가기관의 장에게도 부여한다.

과기정통부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영향이 큰 사업인 경우 대기업 참여를 인정하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장관과 사전 협의하는 것으로 대기업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한다고 본다. 현행법 제48조에는 중소 SW 사업자의 사업 참여 확대 규정이 있는데, 이에 대한 우회 규정을 둘 경우 중소 SW 업체를 옥죌 수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입법 취지를 고려해 ‘개인정보·위치정보 등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으로 예외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기관의 장이 예외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제6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정안을 검토한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국가기관의 장이 각각 개별적인 판단기준으로 예외를 인정할 경우, 종전 과기정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것과 비교해 중립성·객관성·일관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대기업 선호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중소 SW 기업의 참여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추가했다.

민간 SW 정책 전문가는 향후 국회 내에서의 법안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호석 SW정책연구소 산업연구팀장은 "법안 제정은 국회의 역할인 만큼 개정안의 방향이 맞냐 틀리냐를 두고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며 "다만, 업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목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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