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등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으로 화답했다. 이들 기업이 3~5년간 투자 규모로 밝힌 금액만 940조원에 달한다. 3년, 5년 단위의 총 투자액을 합친 것이지만 2021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본예산 607조70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삼성은 24일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관계사들이 함께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450조원 중 80%인 360조원은 '국내 투자'임을 강조했다.
삼성은 "선제적 투자와 차별화된 기술력, 새로운 시장 창출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SK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번 투자로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 대한 투자액이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인 142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전기차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수소, 풍력,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미래 산업에 67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바이오 분야에는 12조7000억원을, 디지털 부문에는 24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들 3사는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인 21∼22일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설립과 로보틱스·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도심항공모빌리티(UAM)·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대한 총 105억달러(1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G는 총 투자액 가운데 40%인 43조원을 미래성장 분야에 집행할 예정이다. 절반에 가까운 21조원을 배터리 및 배터리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AI·데이터,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의 R&D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LG는 신규 첨단사업을 중심으로 앞으로 3년간 AI,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친환경 소재, 배터리 등의 R&D 분야에서만 전체 채용 인원의 10%가 넘는 3000명 이상을 채용할 방침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