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에게 전한 말이다. 이 회장은 2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회장직에 올랐다. 이날 별도의 취임 행사는 열리지 않지만, 이틀 전 그가 밝힌 소회와 각오가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께서 저희 곁을 떠난지 어느새 2년이 되었다"며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임직원의 노력으로 그나마 경쟁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는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핵심 가치로 '인재'와 '기술'을 꼽았다.

그는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 계열사를 돌며 직원과 소통하면서 얻은 통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사업장을 둘러보며 젊은 임직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일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삼성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며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수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