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을 함께 하는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음악’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은 우리가 숨을 쉬고 사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절도 분명 있었다. PC에 별도의 사운드카드를 설치하고 제법 까다로운 설정을 거쳐야 했던 때도 있었고, 집 밖에서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의 등장에 놀라기도 했었다.
이제는 이 모든 게 너무도 당연해진 시대에 왔다. PC를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게이밍’과 ‘영상 감상’이 꼽히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다. 소리를 듣기 위해 스피커나 이어폰을 연결하는 것도 ‘무선’이 대세가 됐고, 일부 최신 스마트폰에는 아예 유선 이어폰을 위한 연결 단자가 사라졌을 정도다.
PC나 스마트폰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도 제법 다양해졌다. 이제는 PC에서 소리를 듣기 위해 ‘사운드 카드’가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고, 스마트폰의 음악을 복잡한 구성의 홈시어터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구성에 약간의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디지털 시대에 좀 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제는 ‘필수’아닌 사운드카드, 꼭 한 개일 필요 없어
예전에는 PC에서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별도의 ‘사운드카드’가 필요했고, 여러 개의 사운드카드를 쓰는 것은 PC 내 자원 주소 설정 문제로 제법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몇 번에 걸친 플랫폼 차원의 ‘혁신’으로 바뀌어 왔다. 대략 ‘플러그 앤 플레이’와 ‘ACPI’ 가 보편화된 2000년 즈음에는 여러 개의 사운드카드를 쓰는 데 문제가 없어졌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윈도 비스타’와 ‘HD 오디오’ 규격이 등장한 이후에는 내장 사운드카드 시장이 크게 줄었다.
사운드카드 시장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크게 바뀐 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환경 양 쪽 모두에 이유가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윈도 비스타’부터 기본 사운드 엔진이 순수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움직이면서 사운드카드의 하드웨어 역량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윈도 비스타 이후부터 고급형 사운드카드와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 코덱 사이에서 사운드 출력의 ‘품질’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성능’에서는 차이가 없는 상황이 나타났다.
사운드 출력의 ‘성능’ 측면에서도 이미 20년 전에도 소프트웨어 기반의 사운드 출력이 성능에 부담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2004년 출시된 인텔의 ICH6부터 사용된 ‘HD 오디오’ 규격은 당대의 외장 사운드카드들을 훌쩍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사양을 제시해 온 바 있다. 사운드 출력의 ‘품질’도 출력단 설계와 소재 기술의 발달 등으로, 2010년대 이후부터는 플랫폼 내장 사운드 출력의 품질이 외장형 사운드카드 못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외장 사운드카드를 찾을 필요가 없는 시대다.
사운드 출력을 꼭 ‘한 개’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확장 슬롯에 여유가 있다면 외장 사운드카드를 두 개 이상 연결할 수도 있고, 플랫폼 내장 사운드 출력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USB 인터페이스로 연결 가능한 외장 DAC 등을 사용한다면 갯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윈도의 사운드 설정은 다수의 사운드 출력 장치 사이에서 원하는 장치에 원하는 출력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제는 상황과 취향에 따라, 쓰고 싶은 장치를 그때그때 연결해 쓰는 것도 문제 없는 시대다.
◇ 사운드카드 없어도, 여러 대안 있어
PC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제법 많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특히 PC에 내장된 ‘사운드카드’ 등 출력 장치가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제법 다양하다. 최근의 PC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등 유형을 막론하고 내장 사운드 출력 기능이 거의 ‘기본’이지만, 내장 사운드 출력 기능이 없는 특별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손쉽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PC에서 사운드 출력 장치를 추가하거나 바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USB DAC’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표준 드라이버 규격을 사용해, 장치를 USB로 PC와 연결하는 것만으로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USB DAC 또한 예전에는 전문가나 고급 사용자들을 위한 외장 박스형 제품이 주류였지만, 요즘은 포터블 플레이어에 DAC 기능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USB-C 포트 등장 이후로는 아예 이어폰 연장선 크기의 DAC도 등장했다.
이 때, 의외로 편리하게 쓸 만한 것이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 S’ 급에서 사용하는 ‘오디오 잭 어댑터’다. 애플이나 삼성의 정품 오디오 잭 어댑터는 언뜻 보기엔 단순한 오디오 잭 연장선 같지만, 실제로는 DAC과 USB 인터페이스를 갖춘 완전한 독립 장치다. 즉, 이 어댑터를 PC에 끼우면 바로 ‘사운드카드’처럼 동작한다. 스펙 수준에서는 삼성전자 쪽이 좀 더 높지만, 두 제품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출력 품질을 제공하며, 가격도 제법 저렴하다. 이런 유형의 제품을 구입할 때는 제품이 DAC 기능을 온전히 갖췄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편, 표준 USB 기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USB DAC들은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들에서도 USB 케이블을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USB DAC와 인티앰프 등으로 연결된 오디오 시스템도 스마트폰에 DAC의 USB 케이블을 끼우는 정도로 제법 훌륭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요즘은 ‘클래스D’ 타입 앰프가 늘어나면서, 예전 DAC 정도의 크기와 작은 전력소비에도 모든 기능에 제법 훌륭한 출력까지 갖춘 올인원 형태의 디바이스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 블루투스나 HDMI 통한 출력, 사운드카드 없어도 된다
요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에서는 ‘기본’인 블루투스 연결 이어폰이나 스피커도 PC에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운드카드와 상관없이 쓸 수 있다. PC에서 블루투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이어폰이나 스피커도 독립적인 사운드 출력 장치로 작동한다. 이에 연결 이후에는 제어판에서 장치를 선택해 원하는 앱만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아예 사운드 관련 장치가 없었던 경우에도 블루투스로 장치를 연결하면 소리를 문제없이 들을 수 있다.
한편, 블루투스 연결의 경우 몇몇 까다로운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특정 ‘HD 오디오’급 코덱 지원이 까다로운 문제나, 예민한 상황에서는 거슬릴 수 있는 지연시간 문제도 다소 나타날 수 있다. 주위가 아주 혼잡한 상황에서는 전파 혼선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볼륨이 최대로 고정돼 조절이 불가능한 상황도 나오는데, 이는 윈도의 설정 문제로 레지스트리의 특정 항목을 직접 수정해서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모니터 연결의 ‘표준’이 된 HDMI 출력에서도 사운드 출력을 사용할 수 있다. HDMI 표준에서는 예전 ‘광출력’ 이상인 24비트 192kHz 멀티채널 사운드와 이더넷 연결까지도 지원한다. 그리고 PC의 그래픽카드들은 HDMI를 처음 지원할 때부터 HDMI의 사운드 출력을 함께 지원했는데, 이 또한 PC의 사운드카드 유무와는 상관 없다. 보통 내부에 HDMI 출력을 처리하는 유닛이 포함됐는데, 디지털 기반으로 장치에 전송만 하는 만큼 구현에 큰 부담이 되는 부분은 아니다.
이 때, 사운드 출력 장치 이름은 디스플레이 장치 이름으로 나오고, 소리는 모니터나 TV의 스피커나 이어폰 단자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는 TV로 연결하는 경우에는 아주 편리한 옵션인데, 모니터로 연결하는 경우에는 모니터의 사운드 출력부 성능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아예 HDMI 안에서도 eARC 규격이라는 오디오 장비로의 출력 규격도 있다. 한편, 그래픽카드가 오래된 DVI 출력을 사용하고 DVI-HDMI 케이블 등을 통해 HDMI 모니터로 연결되는 경우에도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래픽카드 쪽에서 편의를 위해 임의로 구현한 기능이다.
이렇게 소리를 듣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은 PC나 노트북 내장 사운드 출력이 문제가 있을 때 ‘대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일부 노트북의 제조사 드라이버가 최신 운영체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등에서는 최신 운영체제를 포기하기 어렵다면 내장 사운드를 포기하는 게 빠르다. USB DAC이나 블루투스 연결 등은 대부분 표준 드라이버를 사용하며, HDMI 출력은 그래픽카드 드라이버에 포함되어 별도의 드라이버를 찾을 필요도 없고, 문제 발생도 덜하다. 발상을 조금 전환하면, 의외로 대안이 더 만족스러운 것이 이 ‘사운드’이기도 하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