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사실 연속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이 임의로 정한 기준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매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끝까지 해내지 못한 지난 새해 목표를 반성하고, 새로운 한 해를 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을 반복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각오와 계기가 있기 때문이다. 막상 한 해가 지나고 목표를 돌아볼 때 제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뭔가를 시작하려는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둘 수도 있겠다.
매년 반복되는 새해 다짐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정석적인 목표들이 몇 가지 있다. ‘독서’ 또한 이런 정석적인 목표 중 하나이자,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쉽게 지키지 못하는 목표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독서의 중요성을 언제나 듣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3세 이상 국민들의 평균 독서량은 7.2권 정도에 그친다. 물론 평균의 함정이란 것도 있으니,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1년에 책 한권을 채 읽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많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 또한 수없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책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성 문제는 기술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전자책’과 일상의 필수품 ‘스마트폰’의 조합은 언제 어디서든 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편리한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PC나 태블릿, 전용 단말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도 제법 넓다.
◇ 책의 정의, 형식보다는 내용
전통적으로 ‘책’이라 하면 활자화된 내용을 종이에 찍고 이를 묶은 ‘종이 책’을 의미하지만, 이제는 이 책의 정의를 좀 더 확장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미 종이 책에 담긴 내용과 같지만 물리적인 종이에 찍히지 않고 디지털 데이터로 사용자에게 전달돼, 전자 단말기로 내용을 볼 수 있는 ‘전자책’이 등장한 지도 제법 오래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제 ‘책’은 어느 정도의 분량과 형식이 있고, 내용이 잘 다듬어져 페이지 단위로 편집된 콘텐츠를 지칭할 수도 있겠다.
종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책은 사람이 별다른 도구 없이 손에 들고 눈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 만큼 정보량 대비 현실에서의 밀도는 떨어진다. 즉 ‘크고 무겁다’는 것이다. 이는 들고 다닐 때도 문제고, 보관할 때도 문제다. 책을 많이 읽고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책을 구입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를 보관하는 공간의 비용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책을 보관하는 집 한 평 공간의 가격은 수도권 기준 이미 수천 만원에 이를 정도니 말이다.
반면 전자책은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해 현실의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지만, 이를 눈으로 보기 위해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하다. 물론 오늘날 디지털 문명을 살아가는 거의 모든 현대인들에게는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단말기가 한 대 이상은 있으니, 대부분의 경우 접근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책을 보기 위해 책을 사거나, 서점을 가거나, 혹은 ‘도서관’을 갔다. 그리고 이러한 공식은 전자책 시대에도 유효한데, 전자책을 사기 위해서는 온라인 서점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가거나, 혹은 ‘전자도서관’을 가면 된다. 도서관에서 종이 책 뿐만 아니라 ‘전자책’도 대여가 가능한 만큼, 회원 가입을 하고 콘텐츠 대여와 활용 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한편, 전자책 콘텐츠는 ‘구매’라기보다 ‘대여’의 개념에 가까우며, 서비스 플랫폼의 운영 상황에 따라 콘텐츠 접근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종이 책과 다르게 다뤄야 할 부분일 것이다. 물론 종이 책이든 전자 책이든 내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적용되지만, 구입한 책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하는 것이 전자책에서는 쉽지 않다. 이에, 전자책 콘텐츠의 경우는 ‘구입’도 있지만, 비용적으로도 저렴한 일정 기간 ‘대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책 또한 지식과 교양을 얻는 수단이고, 꼭 전자 책과 종이 책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모든 종이 책이 전자 책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종이 책으로 구입했지만 이걸 전자 책처럼 다루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는 직접 책을 ‘스캔’하거나, 작업을 해 주는 업체에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불법복제 유통 문제로 이제 이런 스캔 서비스를 해 주는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아졌다.
◇ 전자책을 보는 색다른 방법, 핵심은 ‘디스플레이’
전자책을 보기 위해서는 일단 전자책 ‘콘텐츠’와 이를 볼 ‘단말’이 필요하다. 이 중 ‘콘텐츠’는 온라인 서점이나 콘텐츠 플랫폼들 중 원하는 취향의 콘텐츠가 있는 서비스를 고르면 된다. 그리고 ‘단말’은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되며, 작게는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태블릿, PC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또한 좀 더 전자책에 특화된 경험을 위해서는, 몇몇 플랫폼들에서 마련된 전용 ‘전자책 단말기’를 쓰는 것도 좋다.
전자책을 위한 단말 선택에서 가장 ‘책’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선택은 책과 크기가 비슷한 ‘태블릿’ 혹은 ‘전용 단말기’다. 이 중 ‘태블릿’은 전자책 이외에도 여러 가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범용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태블릿의 디스플레이는 책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다뤄야 하는지라, 장시간의 독서에서는 눈의 피로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블릿 자체나 앱에서 ‘읽기 모드’나 ‘블루라이트 저감’ 등의 기능이 있지만, 보편적인 LCD나 OLED 방식 디스플레이에서는 이 피로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 그래픽 차원에서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따라하는 제품이 보이기도 한다.
전자잉크(E-ink) 디스플레이는 전자책만을 보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디스플레이지만, 그 만큼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점은 특유의 표현 방식 덕분에 진짜 종이를 보는 것처럼 편안하다는 것이다. 또한 화면 전환에만 전력이 사용되는 만큼 전력 효율도 뛰어나다. 하지만 화면 갱신이 제법 느려서, 전자책 등 정적인 콘텐츠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움직임이 들어간 영상 등에서는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여기에 컬러 표현도 LCD만큼 자유롭지는 못한 편이다.
국내에서도 교보문고의 ‘샘(sam)’이나 예스24(yes24)의 ‘크레마(crema)’ 같은 전자책 유통 플랫폼 전용 단말기 등에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사용된다. 이들 단말기들은 최신 모델이라도 성능 측면에서는 그리 대단할 게 없는데, 이는 특정 환경을 위한 ‘전용’ 단말이라는 특징과 함께, 성능을 표현하기에는 디스플레이가 너무 느리다는 점도 이유다. 하지만 최신 단말기에서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전자책 단말기로의 기능 이외에도 추가적인 편의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범용 전자책 단말기도 있고, 틈새시장을 노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모니터가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자잉크 디스플레이의 특성이 워낙 뚜렷한지라, 빠른 움직임이 필요치 않은 정적인 콘텐츠를 오래 표시해야 하는 전자책 단말이나 보조 디스플레이 등에서 주로 사용되곤 한다. 의외로 노트북에서도, 레노버가 ‘요가북 C930’ 같은 모델에서 듀얼 스크린에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전자책 리더나 가상 키보드 등을 활용할 수 있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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