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2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역대급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량이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오는 4월 공급량이 줄어드는 ‘반감기’ 또한 예정돼 있어 낙관 분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2년여 만에 5만 2천달러 선을 돌파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 사진 = 뉴스1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2년여 만에 5만 2천달러 선을 돌파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 사진 = 뉴스1

20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718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초 거래 가격인 6000만원 대비 20%, 1년 전인 지난해 2월 대비 139% 상승한 수치다. 1년새 두 배 이상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22년 초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후 하락세를 그리며 약 2년간 3000만원선에서 보합세를 보이다 지난해 말부터 뚜렷한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장을 이끄는 원인을 크게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과 '채굴 반감기 도래' 두 가지로 꼽고 있다. 현물 ETF라는 확실한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함과 함께 채굴 보상 감소로 비트코인의 희소성 또한 높아지며 상승랠리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ETF 10종의 거래를 승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 승인 첫날 거래액은 약 46억달러(6조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매수세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주에는 매수량이 비트코인 채굴량을 앞지르기도 했다.

전망도 밝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아직 현물 ETF를 추천 리스트에 올리지 않은 투자자문회사도 많고 현물 ETF를 편입하는 ‘액티브 운용 ETF’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물 ETF의 자금 유입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4월 예정된 ‘반감기’ 역시 투심을 자극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받게 되는 비트코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이다. 컴퓨터의 발전 속도에 따라 비트코인 채굴량이 급증하는 것을 막고자 4년을 주기로 채굴 난이도가 대폭 어려워지도록 만든 것이다. 이번 반감기는 지난 2009년 비트코인 등장 이후 4번째로 오는 4월 13일에서 22일 사이에 발생할 예정이다. 반감기 이후 채굴 보상은 6.25BTC에서 3.125BTC로 줄어든다. 

앞선 세 차례의 반감기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시점 6개월을 전후로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였다. 2012년 첫 번째 반감기를 거치며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이후 1년간 8000% 상승했으며, 2016년 2차 반감기에는 330%, 2020년 3차 반감기에는 540% 올랐다. 반감기 시점인 4월 이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지난 반감기와 달리 시장의 상황 또한 나쁘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물 ETF 상장으로 제도권 자금 유입의 길이 생겼다는 점 외에, 앞선 세 차례의 반감기와 달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긴축정책이 마무리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호재다. 달러 유입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지속적인 상승에 앞서 대규모 물량 부담을 원활하게 해소할 수 있을 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지난주 미국 법원은 2022년 파산한 가상자산 트레이딩 업체 제네시스가 보유한 GBTC(비트코인 신탁)의 매각을 승인한 바 있다. 제네시스가 보유한 GBTC 자산 규모는 13억달러(약 1조74000억원) 상당으로, GBTC의 대규모 청산이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GBTC가 현물ETF 혹은 현물 비트코인 중 어떤 방법으로 처분될지 확실하지 않다”며 “다만 해당 자금 대부분이 가상자산 시장에 남을 것이며, 중립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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