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조만간 1억원이 될 것이란 얘기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2019년 200만원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그 동안 등락을 반복하다 5년만에 9000만원선을 넘보게 됐다. 

가격만 오른 게 아니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에 맞물려 거래금액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거래규모만 하루 10조원 단위다. 국내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업비트는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거래액 11조를 달성, 전 세계 거래소 중 3위를 차지했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국내 거래소들과 달리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덩치 큰 프로젝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이은 악재를 겪으며 국내 거래소에서까지 퇴출되는 등 예년보다 더욱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작년 국내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다날이 발행한 가상자산 페이코인(PCI)의 상장폐지다. 바로 전해에도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가 유통량 공개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모두 쫓겨났다.  

한국산 가상자산들이 여러 이유로 퇴출되는 사태는 올해도  다시 반복되고 있다. 유통량 불일치로 논란을 빚은 가상자산 갤럭시아(GXA)는 효성이라는 대기업의 뒷배에도 불구, 상장폐지를 피하지 못했다. 노래방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국내 프로젝트 ‘썸씽(SSX)’ 은 최근 180억가량의 토큰이 해킹당하며 업비트와 빗썸에서 거래 정지가 결정됐다.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 가상자산들은 이보다 더 많다. 세계에서 가상자산 거래량이 3위로 많은 한국 시장에서 한국산 코인, 이른바 ‘김치코인’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발버둥치는 곳들도 있다. 임원진들의 횡령과 발행량 논란 등을 겪으며 추락했던 카카오의 클레이튼(KLAY)은 네이버의 핀시아(FNSA)와 합병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시작을 위해 노력 중이다.

김치코인에 대한 불신이 예전부터 이렇게 깊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력있는 개발자들과 무수한 투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수 년간의 해킹과 시세조종 사건, 방만 경영등으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한국 사람들에게 신뢰 회복의 길은 멀기만 하다.

산업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다. 발행사, 거래소, 시장 참여자들에게 어떠한 의무도 제대로 규정하지 않고 시장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기만 한 당국의 탓도 반절은 되겠다. 법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불법을 저질렀다는 오명을 쓴 프로젝트들은 억울할 따름이다.  

올해 총선에는 유달리 산업 성장을 격려하는 공약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허용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 가상자산발행(ICO) 허용 등 그간 정부가 몸서리치며 금지하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겠다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선에서 보면 사실 다소 뒤쳐진 대응이다. 비트코인이 1억을 바라보는 현재, 가상자산이 사라지지 않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정부도 이제라도 인정하고 제대로 산업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 늦었지만 국내 거래소에 제대로 된 대표 가상자산 프로젝트 하나 없는 나라라는 꼬리표도 떼야 할 시점이 됐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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