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완 스테이블랩 COO / 클레이튼
남두완 스테이블랩 COO / 클레이튼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나드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불붙으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이라고 하는 디파이(Defi)도 마찬가지다. 

많은 블록체인 전문가가 디파이를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스테이블랩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남두완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남두완 대표는 “많은 분이 디파이를 기존 금융으로 연결하지 못하는데, 많이 다르지 않다”며 “기존 금융으로 연결해서 생각하면 사실 이해하기도 좀 더 쉽고 디파이가 왜 중요한지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랩(StableLab)은 2021년 설립된 디파이 거버넌스 설계 및 솔루션 제공 업체다. 업계에선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자율조직인 다오(DAO) 거버넌스 분야 선도자로 알려져 있다.

이더리움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다이(DAI)’와 담보대출 수수료로 사용되는 '메이커토큰(MKR)' 등을 만든 ‘메이커다오(MakerDAO)’의 멤버였던 구스타프 아렌토프트와 남두완 대표가 공동 창업했다. 이더리움 기반 프로젝트인 유니스왑을 비롯해 아비트리움, 리도파이낸스 등 많은 디파이 생태계 거버넌스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디파이 시장은 최근 가상자산의 강세와 더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리스테이킹(저축된 자산을 다시 스테이킹해 추가 이익을 얻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져, 더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물론 디파이에도 리스크는 있다. 새로운 디파이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보안 강화가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두완 대표는 “디파이 시장은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접근성을 개선하는 한편, 탈중앙화 기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보안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남두완 대표와의 일문일답

남두완 스테이블랩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클레이튼
남두완 스테이블랩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클레이튼

―현재 디파이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은행 등 금융사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 자본이나 이자이익 등을 활용하는데, 디파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TVL(Total Value Locked, 총예치금액)’이라는 기준을 사용한다. 초기인 2018년에는 TVL이 40만달러(약 5억원)를 밑돌았지만, 2021년에는 한때 1900억달러(약 256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는 1000억달러(약 135조원)이므로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디파이 시장은 크게 성장한 것이다.”

―디파이의 발전 속도가 놀랍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토스 등 플랫폼 기반 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디파이가 너무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디파이 업계에서도 ‘쉽게 하자’는 변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기존 디파이보다 사용하기 쉬운 ‘D앱(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앱)’과 같은 플랫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원인치(1INCH)’ 등 탈중앙화 거래소(DEX)도 등장하게 됐다. 디파이 시장에도 여러 거래소가 있지만 이용자들은 어느 거래소가 가장 유동성이 좋은지, 어디서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모든 거래소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한 거다. 디파이도 이렇게 조금씩 발전해 왔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꽤 활성화돼있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디파이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이유가 뭔가?

“일단 해외 거래소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게 쉽지 않다. 최근에 여러 거래소가 퇴출당하기도 했고, 원화로 바로 연결이 안 되니 유동성이 떨어진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국내는 디파이뿐만 아니라 D앱 자체가 사용이 해외에 비해 어려운 데다, 거래소에서 충분히 거래할 수 있으니 굳이 개인 지갑에 옮겨서 거래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거다. 규제적인 문제도 있다. 국내에서는 ‘트래블룰(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 때문에 출금을 함부로 못 한다.”

―국내 디파이 시장과 해외 시장의 차이가 무엇인가.

“해외는 출금 과정이 간단하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미국 사람들이 이미 많이 사용하는 거래소다. 여기서는 이용자가 베이스라는 코인베이스의 체인에 출금하는 게 쉽다. 반면 국내는 앞서 말한 트래블룰 때문에 아직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금이 어렵다.

접근성의 차이도 있다. 일례로 아시아 시장에서는 접근성을 많이 따진다. 핸드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쉬운지, 보내기 쉬운지 등이다. 근데 국내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여전히 복잡하다. 접근성 개선부터 한국에서는 쉽지는 않은 거다.”

―디파이 시장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게 어떤 것인가.

“일단 거래소가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업비트’나 ‘코인원’ 등 거래소 스테이킹 서비스도 이미 디파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하기가 쉽지 않아서 거래소에서 대신해 준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계속 확장을 하지 못한다. 이 부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완전히 풀린 문제는 아니다. 미국 거래소인 ‘크라켄’도 스테이킹 서비스 때문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했다. 하지만, 이런 규제 문제가 해결돼야 이용자들이 더 쉽게 디파이를 접할 수 있다.

거래소가 보수적인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해외 ‘바이낸스’ 같은 거래소는 다양한 디파이를 연동시키는 데 거부감도 없고 이를 통해 서로 경쟁을 많이 한다. 이용자들이 디파이를 사용하기 어려워하니까 이를 활용해 이용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디파이를 어려워한다. 아직은 디파이를 이해하는 데 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남두완 스테이블랩 COO
남두완 스테이블랩 COO

―디파이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여러 서류가 필요하지 않나. 대출을 검토하는 데도 일주일 정도 걸린다. 그러나 디파이를 활용하면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디파이 같은 경우에는 개인의 신용은 신경 안 쓰고 블록체인에서 읽을 수 있는 정보로만 판단한다.

또 스마트 컨트랙트(기존 프로그래밍을 통해 계약조건을 자동으로 실행)를 통해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돈을 손쉽게 빌릴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부동산의 가치로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디파이에서도 가상자산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내준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훨씬 간편하고 효율적인 것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봤을 때도 훨씬 효율적이다. 스마트 컨트랙트 덕분에 몇 천명이 해야 하는 일을 몇 십명이서도 할 수 있다.”

―디파이는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되나.

“기존 금융사와 다르지 않다. 보상과 수수료로 이익을 창출한다. 은행에서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제때 갚지 못하면 담보물을 경매에 넘기기도 하지 않나. 디파이도 마찬가지다. 갚지 못하거나 가상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담보를 경매에 넘기거나 팔아서 회수한다. 거래소가 중간에 수수료를 가져가기도 하고, 스테이킹에서 나오는 보상을 일부 가져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디파이도 기존 금융시장과 수익 구조는 비슷하다.”

―디파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재 디파이가 보상률이 꽤 높다. 예를 들어 은행 적금은 연 5~6% 금리면 많이 주는 거지 않나. 디파이 같은 경우에는 13%에서 높게는 40% 주는 곳도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거다.

투기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예·적금과 마찬가지로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싶어 하는 이용자도 사용하기 좋다. 개인이 금융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끔 재미로 코인을 발행한 후 유동성을 제공을 해서 사람들이 거래할 수 있게끔 하는 경우도 있다.” 

―위험하진 않나? 그 정도 수익률이라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내해야 할 듯하다. 

“앞서 말한 자유로운 상장이, 반대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가끔 이상한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나오지 않나. 그걸로 돈을 잃는 사람도 있다는 거다. 기존 은행이나 금융사는 어떻게 보면 이런 리스크를 줄이려고 있는 건데, 디파이에서는 개인이 리스크 관리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또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자기가 사용하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해킹 당할 가능성도 꽤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디파이가 계속 나오는데, 보안이라는 게 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프로토콜에서도 돈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일부러 코인의 가격을 갑자기 단기적으로 올린 거다. 그럼 디파이 업체에서는 해당 가치로 큰돈을 빌려줬는데, 빌려주자마자 가격이 폭락하는 거다. 이 때문에 제3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취약점에 대해서는 인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활성화돼 보상률이 많이 높아졌지만, 이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이용자들은 디파이에서 그런 이제 수익 모델이나 높은 보상률이나 변동성이 심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클레이튼-핀시아 재단의 통합 프로젝트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프로젝트 드래곤(전담 이니셔티브 ‘D2I’)’이라 불리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것인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90%는 실패한다고 한다. 가상자산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90%가 지원을 못 받아서 실패한 게 아니다.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야 하니까, 결론적으로는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 클레이튼-핀시아 재단과 함께하는 디파이 프로젝트(드래곤스왑·아이즈미·웜뱃)들은 그전부터 디파이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실수할 확률이 적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서로 유동성을 도와주고, 새로운 체인에 온보딩하게 되면 개발 비용이나 리소스도 지원해 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되는 통합 블록체인이 아시아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향후 계획은.

“이니셔티브 ‘D2I’는 장기 프로젝트다. 일단 유동성이 있어야 코인을 살 거 아닌가. 그래서 이제 D2I에서는 이번에 선정된 디파이 프로젝트들에 유동성을 제공을 해줄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이 프로젝트로 개발될 체인에 쉽게 접근해 코인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 남두완 스테이블랩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국제관계학·경제학 학사를 취득한 후, 존스 홉킨스 대학원 국제경제학·환경학 석사를 취득했다. 디파이 블록체인 기반 투자 플랫폼 ‘프루프 스윗(Proof Suite)’에서 수석 분석가를, 웹3 기반 선물 플랫폼 ‘기프토(Gifto)’에서 블록체인 분석가를 역임했다. 2018년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고 달러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발행한 메이커다오(MakerDAO)의 아시아 및 사업개발 총괄을 맡았다. 2021년부터는 스테이블랩(StableLab) 공동설립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