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도 치열한 ‘경쟁’과 ‘퍼포먼스’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게이밍 기어’는 플레이어의 의도를 게임에 더욱 정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태생부터 PC에 최적화된 1인칭 슈팅(FPS)이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선(RTS),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의 게임에서는 자연스레, PC의 기본 입력 장치인 ‘키보드’에도 게이밍 기어로써 제법 높은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게 됐다.

성능이 명확한 수치로 나타나는 여타 PC 부품들과 달리, 키보드의 성능은 명확히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인의 손에 잘 맞는 좋은 도구가 필요하듯이, 좋은 게이밍 키보드는 분명 다양한 방향에서 게이머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성능이 성과로 나타나는 ‘프로 게이밍’에서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꼭 ‘성능’이 아니더라도, 키보드는 사용자와 컴퓨터를 잇는 가교의 역할에서 감성적인 측면도 지나칠 수 없다.

커세어의 K70 코어(K70 Core)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는 오늘날 프리미엄 게이밍 키보드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충실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 키보드에 사용된 커세어의 MLX 적축 스위치는 리니어 타입에 사전 윤활 작업까지 거쳐, 아주 매끄러운 움직임이 돋보인다. 또한 키보드의 RGB 조명은 사용자가 다양한 패턴으로 직접 만들 수 있고, 매크로 키 설정이나 다이얼로 게이머 뿐 아니라 모든 PC 사용자들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한다.

보편적인 ‘풀사이즈’ 배열을 갖춘 커세어 K70 코어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 권용만 기자
보편적인 ‘풀사이즈’ 배열을 갖춘 커세어 K70 코어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 / 권용만 기자
키캡에 한글 글쇠 인쇄 상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 권용만 기자
키캡에 한글 글쇠 인쇄 상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 권용만 기자

뛰어난 기계적 완성도, 국내 시장 위한 ‘현지화’는 조금 아쉬워

커세어 K70 코어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의 외형은 언뜻 보면 여느 키보드와 비슷하지만, 제품 구석구석 뛰어난 마감이 돋보인다. 키 배열은 표준적인 풀 사이즈로, 전체 키 수는 104키 구성이다. 이미 익숙할 만큼 익숙한 표준적 풀 사이즈 배열이라 별다른 적응이 필요 없을 정도다. 키보드 하우징은 일반적인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에서 많이 사용되는 비키 타입을 사용하며, 노출된 상판 쪽은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키캡의 기본 인쇄는 많은 RGB 키보드에서 사용하는 이중사출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아쉬운 점은, RGB 백라이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가능한 이중사출 방식은 기본 영문 배열만 적용됐다는 점이다. 키캡에서 국내 시장을 위한 한글 글쇠 인쇄에는 염료승화 방식을 사용했는데,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는 화려한 RGB 백라이트의 덕을 볼 수 없는 구조다. 한글 글쇠의 글꼴이나 위치 배열 같은 부분도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편, 이 키보드의 키캡은 서드파티의 풀사이즈 키캡 세트와도 교체 사용할 수 있다.

측면과 후면의 하우징은 플라스틱이지만, ‘K70 코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런 부분까지도 꼼꼼한 마감을 보여준다. 특히 뒷면에도 디자인을 위한 패턴과 커세어 특유의 로고를 새긴 부분이 인상적이다. 한편, 편안한 사용을 위한 인체공학적인 면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키보드지만 나름대로의 각도 설정으로 손목의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와 함께, 편안한 키보드 사용을 위한 각도 조절용 다리도 마련됐다. 

커세어의 MLX 적축 스위치는 사전 윤활 처리된 매끄러운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 권용만 기자
커세어의 MLX 적축 스위치는 사전 윤활 처리된 매끄러운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 권용만 기자

커세어 K70 코어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의 핵심인 ‘스위치’는 커세어의 MLX 적축을 사용한다. 이 스위치는 키 인식과 스트로크의 끝에 이르기까지 기계적인 스위치의 걸림이 느껴지지 않는 ‘리니어(Linear)’ 타입으로, 다른 축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매끄러운 움직임과 적은 소음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이 스위치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해 윤활 처리되어 있어, 더욱 매끄러운 움직임을 제공한다.

커세어의 MLX 적축은 45g 정도의 키 압력으로 작동하며, 키의 움직임은 최대 4mm지만 이 중 1.9mm 정도에서 신호를 인식한다. 즉, 키보드에 극도로 익숙한 사용자라면 키가 바닥을 치는 소음 없이도 입력이 가능하다. 한편, 이 키보드는 여타 게이밍 키보드처럼 특정 스위치의 교체가 쉽게 가능한 구조는 아니지만, 스위치의 수명이 7000만번에 이르는 만큼 보통은 스위치의 물리적 수명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키보드를 사용하는 느낌은 확실히 여타 일반적인 보급형 게이밍 키보드와는 차이가 있다. 키의 움직임은 매끄럽고, 키의 상하 움직임 중 흔들림 등이 느껴지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타이핑에서 느껴지는 ‘소리’도, 키보드 하우징의 울림이나 책상까지 이어지는 충격 등이 없이 가볍고 부담 없는 ‘도각도각’ 소리가 인상적이다. 이 키보드는 적절한 ‘소리’를 위해 두 개 층으로 구성된 사운드 댐핑 폼을 적용, 소리 측면의 만족감과 키보드 사용에서의 안정적인 느낌을 조화시켰다.

키보드에 있는 다이얼은 볼륨 조절이나 스크롤 등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다. / 권용만 기자
키보드에 있는 다이얼은 볼륨 조절이나 스크롤 등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다. / 권용만 기자
키 단위로 제어 가능한 화려한 RGB 조명도 만족감을 높인다. / 권용만 기자
키 단위로 제어 가능한 화려한 RGB 조명도 만족감을 높인다. / 권용만 기자

게이머의 퍼포먼스 높이는 강력한 ‘커스터마이즈’ 기능 갖춰

커세어의 K70 코어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는 오늘날의 게이밍 키보드에 필수적인 특징들을 대부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PC와의 연결 방식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신뢰성이 확실한 유선 USB 방식이며, 입력 신호의 최소 단위는 최대 초당 1000회로, 사용자의 입력을 가장 정확한 시점에 전달할 수 있게 한다. 키 동시입력에서도 ‘전체’ 키의 동시입력과 인티고스팅 기능이 기본이다. 만족감 높은 스위치와 함께 키보드 자체로도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

또한 이 키보드의 ‘편의성’은 제품과 사용자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드는 특징을 제공한다. 특히, 키보드에 탑재된 다기능 회전식 다이얼은 키보드 밝기 조절이나 볼륨 조절, 화면의 스크롤이나 확대, 축소 등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격렬한 게이밍에서 방해가 될 수 있는 ‘윈도 키’를 사용하지 않게 하는 잠금 기능이나, 일상적인 사용에서의 미디어 재생과 트랙 넘기기 등을 위한 단축키 설정도 제공한다.

커세어 ‘K70 코어’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는 기본적으로도 다양한 기능과 조명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키보드를 PC에 연결하는 즉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이 키보드의 잠재력 중 상당 부분을 봉인한 채 사용하는 것으로, 커세어의 ‘iCUE’ 소프트웨어와 함께 사용하면 다양한 조명 효과와 매크로 정의 등 더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커세어 iCUE 소프트웨어에서의 키보드 조명 설정 / 권용만 기자
커세어 iCUE 소프트웨어에서의 키보드 조명 설정 / 권용만 기자
커세어 iCUE 소프트웨어에서의 키보드 매크로 설정 / 권용만 기자
커세어 iCUE 소프트웨어에서의 키보드 매크로 설정 / 권용만 기자

커세어의 iCUE 소프트웨어는 이 키보드의 키보드와 다이얼의 기능들, 다양한 조명 효과들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설정된 값은 키보드에 저장해 다른 PC 환경에서 사용할 때도 키보드의 설정을 쉽고 빠르게 불러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키보드 내에서는 다섯 개의 환경 설정 저장 슬롯을 사용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키보드의 설정을 빠르게 바꿔 사용할 수도 있다.

‘iCUE’에서 지원하는 조명 효과는 단순한 RGB 조명의 수준을 넘어, 키보드의 조명이 커세어의 전체 iCUE 생태계에 동기화될 수 있게도 해 준다. 키보드만을 위한 하드웨어 조명을 사용할 수도 있고, ‘캔버스’를 통해 게이밍 환경 전반에 걸친 동적 조명 효과를 적용할 수도 있다. 키보드의 하드웨어 조명을 사용할 때도, 사용자가 임의로 범위 지정 가능한 다섯 개 레이어에 모두 다른 조명을 적용할 수 있어, 자유도 측면에서의 만족도가 높았다.

‘키 명령’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나 행위들을 키보드 하드웨어 수준의 단축키로 지정해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이 기능은 여러 단계가 필요한 작업을 한 번의 키 입력으로 줄일 수 있어 게이밍은 물론, 반복적인 작업이 많은 일반 사용자들에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기능이다. 한 번 설정한 프로파일은 iCUE 설정 수준에서 가져오고 내보낼 수 있고 공유할 수도 있으며, 하드웨어의 메모리에 저장해 iCUE가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드웨어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커세어의 ‘K70 코어’ RGB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의 지향점은 명확한 ‘프리미엄 게이밍’이지만, 그 이상의 만족감을 기대할 수 있을 제품이다. 특히 매끄러운 타건감과 뛰어난 사운드는 키보드를 사용하는 모든 순간을 즐겁게 만든다. 또한 강력한 커스터마이즈 기능은 이 키보드를 단순한 키보드 이상의 존재로 만들 수도 있다. 13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분명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겠지만, 분명 이 키보드는 비용 이상으로 모든 순간에 사용자의 ‘퍼포먼스’를 높여줄 것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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