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미세공정 기술 발전은 크고 무거운 데스크톱 PC가 아쉽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더 얇고 가벼운 노트북 PC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노트북 PC에는 물리적으로 ‘줄일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사람의 눈과 손이 직접 닿는 부분인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다.

13~14인치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노트북은 적당한 크기와 편안한 사용감의 균형으로 선호도가 높은 제품군이다. 디스플레이가 이보다 크면 제품 크기에서 휴대가 번거로워질 수 있고, 이보다 작으면 정보 표시의 밀도 문제로 사용에서의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많은 자료를 다뤄야 할 사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이동성을 희생하고 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을 사용하거나, 수많은 창들을 번거롭게 바꿔 가면서 쓰는 등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에이수스 ‘젠북 듀오(Zenbook DUO)’ 모델은 14인치급 디스플레이 기반 폼팩터에서 화면 면적에 대한 고민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젠북 듀오는 제품에 두 개의 3K급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디스플레이 면적을 두 배로 넓힌 것이 특징이다. ‘폴더블’과는 다른 접근이지만, 멀티태스킹에서 애로사항을 겪던 많은 사용자들에는 두 배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 줄 가뭄에 단비같은 제품이 될 것이다.

에이수스 젠북 듀오의 기본은 여느 노트북과 같은 ‘노트북 모드’다. / 권용만 기자
에이수스 젠북 듀오의 기본은 여느 노트북과 같은 ‘노트북 모드’다. / 권용만 기자

에이수스 젠북 듀오의 첫인상은 여느 에이수스 노트북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판 디자인으로는 에이수스 젠북 특유의 로고 라인이 있는 정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옆을 보면 조금 차이가 느껴지는데, 조금은 두꺼운 듯한 이미지와 함께 상판과 하판 사이 분리 가능한 키보드까지 3단 구성인 점이 독특한 부분이다. 제품 두께는 가장 얇은 부분이 14.6mm, 가장 두꺼운 부분이 19.9mm로, 키보드가 장착된 상태라면 그리 ‘슬림’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노트북을 펼쳤을 때도, 키보드가 장착돼 있다면 여느 노트북들과 크게 다른 인상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젠북 듀오’의 키보드는 탈착식이고, 키보드가 없어도 전원을 켤 수 있도록 전원 버튼은 키보드가 아니라 섀시 쪽에 있다. 하판 상단에 기능 LED가 있는 곳 옆에 언뜻 봐서는 스위치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잘 숨겨져 있다. 이런 부분은 최근 노트북들에서 키보드에 전원 버튼이 있는 것이 불편한 사용자들에는 반가울 부분이다.

키보드는 여느 14인치 디스플레이 탑재 노트북들처럼 숫자 키 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타입이고, 백라이트 기능도 갖추고 있다. 키 트레블은 1.4mm 정도로, 제법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다. 이 제품에서 키보드는 제품의 홈과 포고 핀, 자석식 부착을 함께 사용해 고정하며, 제 자리를 찾은 이후에는 사용에 흔들림 등의 불편함은 없다. 제자리에 부착된 경우에는 포고 핀을 통해 연결돼 내장 키보드처럼 작동하며, 분리하면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젠북 듀오는 두 개의 14인치 3K OLED 터치스크린 패널을 갖췄다.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는 두 개의 14인치 3K OLED 터치스크린 패널을 갖췄다.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의 핵심은 ‘디스플레이’다. 젠북 듀오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는 최대 14인치 급의 3K(2880x1800) OLED 터치스크린 패널로, 상판과 하판 모두에 같은 사양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이 디스플레이는 3K OLED 디스플레이 기준 400니트(nits)의 밝기와 DCI-P3 100% 색재현율, 120Hz 주사율 등의 사양을 갖췄다. HDR도 지원하며, 베사 디스플레이HDR 트루블랙 500 기준을 충족한다. 특히 두 디스플레이 모두 ‘터치 스크린’으로, 패널 위에는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 NBT(Gorilla Glass NBT)가 적용돼 뛰어난 내구성을 제공한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는 내부적으로 각각 별개의 화면으로 다뤄진다. 키보드를 분리하면 하판 쪽의 화면이 켜지면서 자동으로 듀얼 모니터의 ‘확장’ 모드로 들어가며, 필요에 따라서는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양 쪽이 서로 다른 해상도나 화면 확대 설정을 사용할 수도 있고, 한 쪽 디스플레이를 임의로 끌 수도 있다. 그리고 키보드를 하판의 화면 위에 올려 연결하면 자동으로 하판 쪽 화면이 꺼지고 단일 디스플레이 모드로 바뀐다. 

양 쪽 디스플레이를 모두 합치면 최대 19.8인치에 가까운 크기가 되는데, 양 쪽 디스플레이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하나의 화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멀티태스킹’ 환경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서로 분리된 화면 두 개가 더 편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 쪽 화면에서는 풀 스크린으로 영상을 재생하면서 다른 화면에서는 메모나 문서 작업 등을 한다든지, 혹은 한 쪽 디스플레이에 자료를 열고 다른 디스플레이에서 이를 보면서 문서 작업을 하는 등으로 생산성을 제법 높일 수 있다.

젠북 듀오의 ‘듀얼 스크린 모드’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의 ‘듀얼 스크린 모드’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의 ‘데스크탑 모드’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의 ‘데스크탑 모드’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의 두 개 디스플레이는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배치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듀얼 스크린 모드’로, 키보드를 분리해 블루투스로 사용하고, 제품 후면의 킥스탠드를 사용해 제품을 세워 화면을 상하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 모드’는 제품의 화면을 180도까지 열고 눕힌 것으로, 회의 등에서 공유 화이트보드 등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킥스탠드를 사용하지 않는 듀얼 스크린 모드에서는 하단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데, 제스처로 쉽게 불러올 수 있는 가상 키보드는 꼭 풀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이 경우 화면 1.5개 정도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노트북 모드에서 키보드만 분리해 듀얼 스크린 모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하단 화면에서 펜을 사용해 편리하게 작업할 수도 있다. 

‘데스크톱 모드’는 제품을 책처럼 펼쳐, 화면을 좌, 우로 배치한 형태다. 이 경우 세로로 긴 해상도의 화면 두 개를 확보할 수 있어 문서, 사무 작업 등에서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드의 경우 킥스탠드의 설정이 다소 안정적이지 못한 느낌이고, 방향에 따라 충전 포트 등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때로는 화면을 회전시켜 모드를 활성화한 뒤, 다시 듀얼 스크린 모드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이 모드는 별도의 독서대나 거치대 등을 마련한 뒤 활용하는 쪽을 추천한다.

젠북 듀오의 주요 포트는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의 주요 포트는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 권용만 기자
터치스크린에는 4096 필압 인식의 전용 펜도 사용할 수 있다. / 권용만 기자
터치스크린에는 4096 필압 인식의 전용 펜도 사용할 수 있다. / 권용만 기자

젠북 듀오 제품의 양 쪽에서는 편리한 사용에 필수적인 포트를 모았다. 제품의 왼쪽에는 USB 타입-A 포트와 썬더볼트 4 지원 타입-C 포트 두 개가 있고, 오른쪽에는 풀 사이즈 HDMI 2.1 포트와 3.5mm 오디오 잭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넉넉치 않은 공간에서도 풀 사이즈 USB-A 와 HDMI 2.1 포트를 마련한 점은 개인용 뿐만 아니라 업무용 등에서의 사용에도 편리한 부분이다. 한편, 쿨링을 위한 열 배출구가 양 쪽에 모두 있다는 점도 구조적으로 특이한 부분이다.

화상회의 등을 위한 웹캠은 풀HD급 화소와 함께,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 탑재된 ‘AI 부스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통해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Windows Studio Effects)’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배경 흐림 효과나 자동 프레이밍, 시선 맞춤 효과 등을 성능과 전력 소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윈도 헬로(Windows Hello)’ 지원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해 제품을 사용할 때 패스워드 입력 없이도 즉각적인 로그인과 안전하고 편리한 사용이 가능하다.

사운드 시스템은 하만카돈(harman/kardon) 프리미엄 시스템과 스마트앰프 기술이 탑재됐고,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지원해 제법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화상회의 등에서는 AI 기반 주변 소음 제거 기술이나 화자 추적 기능 등을 제공해 높은 품질의 화상회의를 제공한다. 네트워크 연결은 무선 ‘와이파이 6E’와 ‘블루투스 5.3’을 지원해, 유선 연결 지원 없이도 아쉬움 없는 성능을 갖췄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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