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PC 시장에서도 AI PC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AI 시대를 가속화하는 대형언어모델(LLM)의 사용이 이제까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네트워크연결 없이 AI 모델을 언제 어디서든 부담없이 사용하는 '온디바이스 AI'가 중요한 방향성으로 꼽히면서 이를 위한 성능을 갖춘 AI PC가 부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텔이 2023년 12월 공식 발표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기술적으로도 이전과 크게 바뀌었지만, 그 이상으로 AI 시대를 여는 계기의 의미가 크다.
인텔과 PC 생태계의 주요 업체들인 선보인 매력적인 신제품과 다양한 협력 활동은 AI PC로의 시장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AI PC, 단순한 ‘세대 교체’ 넘은 ‘시대 전환’의 계기
올해 PC 시장의 가장 큰 주제로는 역시 ‘AI PC’가 꼽힌다. 특히 노트북 PC 시장에서는 프로세서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와 AMD의 라이젠 7040/8040 시리즈 프로세서의 등장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데스크톱 PC에서는 이 AI PC로의 변화가 조금 상황이 다른데, 데스크톱 PC용 인텔 코어 14세대 프로세서에는 NPU가 탑재돼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의 외장 GPU를 중심으로 AI에 대응하는 상황이다.
노트북 PC 등 모바일 플랫폼을 위한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2023년 시장의 중심에 있던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는 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서는 핵심 마이크로아키텍처와 탑재 GPU가 모두 바뀌었고, 제조 공정도 바뀌었다. 프로세서를 구성하는 방식도 예전의 단일 다이형 설계에서 여러 공정으로 만들어진 ‘타일’을 연결하는 ‘칩렛’ 구성으로 바뀌었다. 하드웨어 차원에서도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인텔 프로세서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올해의 ‘코어 울트라’ 기반 AI PC는 지난 해의 ‘13세대 코어’ 기반 PC 대비 상당히 높아진 성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하드웨어의 변화와 성능 향상으로는 새로운 AI PC 시대로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새로운 ‘코어 울트라’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AI 처리에 최적화된 전용 가속기 ‘AI 부스트(AI Boost)’의 탑재가 꼽히는데, 앞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더 많이 등장할수록 ‘AI PC’와 그 이전의 PC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코어 울트라’와 이전의 ‘코어’ 시리즈 제품군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NPU의 존재다. 앞으로의 AI PC와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 NPU는 다양한 유형의 ‘AI 연산’에 특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전통적인 일반 작업은 CPU가, 그래픽 위주 작업은 GPU가 처리하는 건 같지만, AI 작업에서는 기존 PC에서는 CPU와 GPU가 처리하던 작업을 AI PC에서는 NPU까지 활용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AI PC에서의 AI 처리에서 NPU의 장점은 ‘효율’이다. 코어 울트라에 탑재된 ‘AI 부스트’의 성능은 10TOPS(Tera Operations per Second) 정도로, CPU보다는 확실히 높지만 프로세서 내장 ‘아크 그래픽스’ GPU보다는 낮다. 이에 NPU 탑재만으로 기존보다 압도적인 AI 처리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NPU의 전력 효율은 GPU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 최대 8배까지 높아서, GPU에서 하던 AI 작업을 NPU로 처리하면 시스템 전체의 전력 효율은 크게 높아지고, CPU나 GPU가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도 확보할 수 있다.
이 NPU는 이미지 처리를 위한 AI 모델은 물론, 자연어처리 모델과 생성형 AI 등에까지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코어 울트라 기반 AI PC에서 이미지를 생성하는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사용할 때, NPU를 함께 활용하면 GPU만 사용하는 경우와 성능은 동일하지만 소비 전력은 크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AI 관련 기능이 더 많아질 상황에서, NPU의 활용은 소비전력에 대한 부담을 덜고 AI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새로운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 대비 GPU 기능과 성능도 대폭 강화됐다.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 탑재된 내장 ‘아크 그래픽스’ GPU는 이전 세대 대비 성능과 효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져, 이제는 메인스트림 수준의 외장 GPU에 근접하는 성능에 이르렀다. 이는 GPU 연산을 사용하는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기술 활용이 가능한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윈도 기반에서 ‘다이렉트ML’이 GPU와 NPU를 아우르는 공용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게 되면, AI PC의 성능 잠재력 또한 극대화될 것이다.
‘AI PC’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은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발표가 계기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소 모호한 ‘AI PC’의 정의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양 사가 제시하는 ‘AI PC’의 기준에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존재다. 이는 ‘코어 울트라’ 등 NPU를 탑재한 프로세서 기반 PC를 의미하기도 한다. 윈도11 기반 ‘AI PC’에서는 메모리 용량의 하한선도 이전 보다 높아진 ‘16기가바이트(GB)’ 구성이 제시되고 있다.
AI 챗봇인 ‘코파일럿’ 사용이 가능한 최신 ‘윈도11’ 탑재와 키보드의 ‘코파일럿 키’도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2024년 선보이는 최신 모델들에서 채택되고 있는 ‘코파일럿 키’는 키보드에서 버튼 하나로 코파일럿을 불러온다. 이 키는 기능 면에서는 단순하지만, 사용자의 PC 활용에서 코파일럿 기능을 언제나 불러올 수 있게 해 궁극적으로는 마치 ‘윈도 키’가 처음 등장할 때처럼 사용자의 PC 활용 방법을 상당 부분 바꿀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AI PC가 완전히 주류로 자리잡을 시기로는 차기 버전 윈도 혹은 기존 윈도11의 대형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특히 윈도 11에서 제공되고 있는 ‘코파일럿’은 현재 클라우드 기반이지만, 향후 완전한 ‘온디바이스’ 기반으로의 전환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윈도 환경의 기본 앱이나 다양한 서드파티 앱들에서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PC 또한 완전히 ‘AI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AI PC와 기존 PC 사이에서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AI PC는 PC 사용 환경에서 충분히 체감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AI PC는 성능 이상으로 AI 기술 활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AI 시대에 최신 기술의 활용이 강조되는 최신 AI PC는 전통적인 PC로써의 가치도 이전 세대보다 높고, 이런 부분은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의 진통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국내외 PC 시장, 이미 ‘AI PC’ 주류로 전환 중
국내외 PC 시장에서도 이미 ‘AI PC’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AI PC’는 지난 해의 주류인 ‘13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 제품을 대체하는 위치로 등장했지만, 단순한 세대 교체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텔 뿐만 아니라, 주요 제조사들도 이 ‘AI PC’에 대해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정식 출시와 함께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 4’ 시리즈나 LG전자의 2024년형 그램 시리즈를 비롯해 주요 제조사들의 신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CES 2024를 지나면서 제품 선택 폭은 더욱 넓어졌고 이제 모든 주요 제조사들은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AI PC’ 제품군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PC 업계에서는 AI PC의 비중이 빠르게 확산한 이유로, 국내 노트북 PC 시장의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빠른 신제품 발표와 공격적 마케팅 전개를 꼽는다. 국내 소비자들에 친숙한 브랜드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게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모았고, 이런 부분들이 연초 노트북 PC 판매 성수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4년 말까지 전체 PC 시장의 22%에 이르는 5450만 대의 AI PC가 출하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2월 기준 지마켓을 통한 국내 노트북 판매량 중 ‘코어 울트라’ 제품이 탑재된 제품의 비중은 18.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넥트웨이브 다나와의 1분기 노트북 시장 거래액에서도 ‘코어 울트라’ 탑재 노트북은 판매량 기준 11%, 판매금액 기준으로는 15%의 비중을 보였다. 3월 기준 판매금액 비중은 18%에 이르는 등 판매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현재 코어 울트라 제품이 상대적으로 고가의 15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최신 제품에 탑재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인상적인 결과다.
다나와의 제품 인기 순위에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탑재 제품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제품으로는 ‘코어 울트라 7’을 탑재한 ‘갤럭시북 4 프로’ 모델이 꼽힌다. ‘코어 울트라 7’을 탑재한 ‘에이수스 젠북 14 OLED’와 ‘코어 울트라 5’ 프로세서를 탑재한 LG전자의 ‘2024 그램 15’ 모델이 뒤를 잇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다양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북 4’ 시리즈나 LG전자의 ‘2024년형 그램’ 시리즈가 대표적이지만, 델이나 HP,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MSI 등 주요 외산 노트북 브랜드들도 이미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다양한 노트북들을 선보이고 있다. 제품 유형도 이동성을 강조한 슬림앤라이트 제품은 물론이고, 외장 그래픽을 장착한 게이밍 노트북이나 듀얼 스크린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들 중 선택할 수 있다.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기반의 ‘AI PC’가 여느 때보다 사용자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이유는 AI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충분히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코어 울트라’를 탑재한 새로운 모델들은 이전 세대들보다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 모두 더 좋아졌다. 배터리 용량이 증가했지만 더 가벼워졌으며, 많은 모델들에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상품성 자체가 높아진 모습이다.
새로운 ‘AI PC’ 시대를 열기 위한 인텔과 주요 PC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먼저, 인텔은 PC 생태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파트너들과 함께 AI PC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AI PC 가속화 프로그램’을 출범시키고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인텔은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코어 울트라’ 등 전용 AI 가속기가 포함된 프로세서를 1억 대 이상 시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10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협력해 300개 이상의 프로그램에서 AI PC를 위한 가속 기능을 제공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인텔은 최근 이 ‘AI PC 가속화 프로그램’을 좀 더 확장해 개인 개발자와 독립 하드웨어 개발사까지 지원 범위를 넓힌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소규모, 개인 개발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개발자들이 AI PC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립 하드웨어 개발사에 대한 지원은 AI PC 생태계에 새로운 하드웨어와 접목된 AI 기술 구성이 등장할 수 있게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PC 업계도 ‘AI PC’ 시대로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한국 AI PC얼라이언스(K-APA)’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 AI PC 얼라이언스’는 중소기업벤처부와 인텔이 함께 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으로, 총 17개 회원사와 함께 출범했다. 인텔은 이 ‘한국 AI PC얼라이언스’를 통해 국내 AI 인재 양성과 온디바이스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인텔이 가진 다양한 기술 지원과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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