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NH농협은행과의 계약 만료를 한달여 앞두고 KB국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는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KB국민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에 합의했다. 빗썸은 지난 2018년부터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매년 갱신해왔으나, 6년만에 제휴 은행을 바꾼 것이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는 실명계좌 제휴 은행 변경시 계약 한달 전까지 변경사항을 금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NH농협은행과 빗썸의 계약 만료일은 9월 24일로, 빗썸은 8월 24일까지 금융당국에 변경신고를 제출해야 한다. 

빗썸의 ‘탈 농협’ 시도는 수 년전부터 계속돼 왔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 목적 계좌 개설이 어렵고, 최초 이체 한도가 100만원으로 타행에 비해 현저히 낮아 이용자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설상가상 지난 2020년 업비트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손을 잡게 되며 난관은 더욱 커졌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의 계약 이후 회원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1, 2위를 오가던 빗썸이 만년 2위가 된 것도 이 때 부터다. 

이에 빗썸은 지난 2020년 이후 카카오뱅크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에 손을 내밀었다.  이들 모두 은행이 부담하게 될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위험성이 너무 크고, 기대수익이 적을 것이란 예상에 빗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최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으로 은행의 위험부담이 줄어들며 입장이 뒤바뀌게 됐다. 기존에도 빗썸에 비교적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빗썸과 실명계좌 제휴를 추진했으나, 당국의 저지에 끝내 계약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농협도 최근 이와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뒤늦게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비이자이익 성장을 견인하는 빗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빗썸 라운지’에 농협은행 창구를 입점하고, 빗썸 앱을 통한 계좌 개설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재계약 한달을 앞두고 빗썸은 농협과의 관계를 끝내는 것을 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농협은행과 거래를 끝낸 가상자산 거래소는 빗썸만이 아니다. 3위권 거래소인 코인원과 4년간 실명계약을 맺었으나, 지난 2022년 코인원이 돌연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맺으며 농협을 등진 것이다. 

당시 농협은행은 코인원의 실명계좌 계약 기간을 6개월단위에서 1년 단위로 연장해주기 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코인원은 농협과의 계약기간이 채 도래하지도 않은 채 계약만료 반년이나 남기고 카카오뱅크의 손을 잡았다. 

농협은행을 벗어난 효과는 컸다.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실명계좌 개설을 실시한지 한 달만에 거래대금이 30% 가량 늘었고, 신규 가입자는 198% 증가했다. 이에 당시 업비트・빗썸에 이어 3위 자리를 두고 다투던 코빗과 이용자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지며 3위 자리를 굳히게 됐다. 

빗썸 역시 농협은행의 족쇄를 벗게되면 업비트에 빼앗긴 이용자를 되찾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제휴 은행 변경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심사사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변경신고 승인 절차가 아직 남아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빗썸과 KB국민은행간 합의가 끝나더라도 FIU의 결정이 나기 전 까지는 변경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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