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 부추기는 통화정책 하지 않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비자 물가만 보더라도 한은의 목표치에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년 동기 봤을 때 앞으로 몇 달간은 내려가는 수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리 인하 요건이 조성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위험 신호 등의 상충관계를 봤을 때 금융안정 위험을 지금 막지 않으면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와의 거시정책 공조를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가 통화정책의 목표가 아니”라면서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필요한만큼 정부와 정책 공조를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이는 13차례 연속 동결로 역대 최장 기간 동결 기록이다.
이 총리는 “저를 제외한 6명의 금융통화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면 4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으며 나머지 2명은 3.5%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전망한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이 실행 되는 만큼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기준금리를 유지하려는 이유로는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 효과 확인엔 시차가 발생하고 11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KDI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KDI가 전망한 경제성장률을 보면 한은보다 높다”면서 “한은보다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인데,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내수와 경제 성장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금융안정목표에 더 집중하고 있어서 서로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례 경제심포지엄(잭슨홀 회의), 9월 초 미국의 고용보고서, 내달 미 FOMC 결정을 봐야 한다”면서도 “향후 1, 2년은 국제요인에 휘둘리지 안고 국내 요인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두고 통화정책을 만들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