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록체인 시장은 매우 크고 활성화돼 있어요. 여러 투자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곳에 왔습니다.”

4일 KBW2024 행사장 내 블록체인 데이터 가용성(DA) 프로젝트인 누비트(Nubit) 부스와 웨이룬 자비에 그로스 마케팅 담당. / KBW2024 공식 X(옛 트위터) 갈무리.
4일 KBW2024 행사장 내 블록체인 데이터 가용성(DA) 프로젝트인 누비트(Nubit) 부스와 웨이룬 자비에 그로스 마케팅 담당. / KBW2024 공식 X(옛 트위터) 갈무리.

지난 4일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2024 행사에서 만난 글로벌 블록체인 업체 누비트(Nubit)의 웨이룬 자비에(Weilun Xavier) 마케팅 담당은 이 같이 말했다. 블록체인의 데이터 가용성(DA)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누비트는 이번 KBW2024 스폰서 자격으로 참가했다. 자비에는 “업계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투자자들을 만날 기회라 생각해 말레이시아에서 한국까지 왔고 실제로도 만족스럽다”며 소회를 밝혔다. 

지난 9월 3일과 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이번 행사의 메인 이벤트인 ‘KBW2024: IMPACT’(임팩트)가 열렸다. KBW는 국내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라 불린다. 올해 7회째. 이날은 전세계 블록체인 전문가, 투자자, 사업가들과 크립토 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업계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다. 

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진행된 KBW2024의 현장 부스 행사장. / 김홍찬 기자
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진행된 KBW2024의 현장 부스 행사장. / 김홍찬 기자

올해 초 반등했다가 최근 주춤한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에도 아랑곳없이 양일간 1만7000명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보다 7000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무엇보다 300여명의 글로벌 블록체인 리더들이 연사로 참석했다. 지난해보다 100명가량 더 많다. 이들은 양일간 4개 무대에서 130개 세션을 진행했다. 세션에서는 주로 크립토 산업 확산 방안에 대해 논의됐다.

3일 KBW2024에 비대면으로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김홍찬 기자
3일 KBW2024에 비대면으로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김홍찬 기자

특히 올해 행사는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리처드 텡 바이낸스 CEO▲댄 알버트 솔라나 재단 이사▲브래드 길링하우스 리플 CEO 등 블록체인 거물들이 대거 연사로 나섰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세션은 역시 행사 첫날인 지난 3일 진행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발표였다. 방문객들은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며 “이건 봐야지” 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부테린은 비대면으로 참석,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의 결합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AI가 예측시장에 참여해 정보 취합을 더 빠르게 하거나 가상자산 지갑에 활용돼 이용자에게 사기 의심 페이지를 알려주는 등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 AI를 활용할 때 AI와 크립토의 교점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세션이 끝나고 무대 밖으로 나온 방문객들은 비탈릭이 언급한 AI와 블록체인의 접점에 대해 토론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티켓값 백만원 넘는데도 열띤 참여 “크립토 열풍 확신”

올해 KBW2024 임팩트 입장 티켓 가격은 작년과 같은 999달러(약 133만원)다. 다소 비싼 가격임에도 올해 행사는 사전 판매 티켓 9000장이 전량 매진됐다. 행사 현장에서 만난 가상자산 전문 투자자, 사업가 등은 다시 올 크립토 열풍을 확신하며 사업·투자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4일 KBW2024 임팩트 행사장에 마련된 케이터링 공간. / 김홍찬 기자
4일 KBW2024 임팩트 행사장에 마련된 케이터링 공간. / 김홍찬 기자

4일 행사장에서 만난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외부에서 크립토 산업이 약세라 해도 향후 디지털 산업 프레임을 바꿀 것은 분명하다”며 “업계 리더들과 각종 프로젝트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블록체인 업체들은 열심히 마케팅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크립토 전문 유튜브 ‘넥스트젠 비전(NextGen Vision)’의 제작자이자 웹3 전문 투자자이기도 한 모 카림 가니(Moe Carrim Ganey)는 “행사 참가자 인터뷰 등 콘텐츠도 만들고 사람들에게 우리 채널 구독도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웹3 엔젤투자자(극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투자자)라고 소개한 그는 “웹3 전환은 필연적”이라며 “여기서 정말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월렛 만들고 상품 받아가세요” 생태계 확장나선 업계

행사장 곳곳에는 스폰서 기업들의 이벤트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올해 현장 부스는 코인 개발 재단,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자산 지갑 플랫폼 등 총 60여개의 크립토 관련 KBW2024 스폰서들로 구성됐다.

4일 진행된 KBW2024에서 한 방문객이 밈코인 일종인 뮤코인 부스의 경품 추첨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 김홍찬 기자
4일 진행된 KBW2024에서 한 방문객이 밈코인 일종인 뮤코인 부스의 경품 추첨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 김홍찬 기자

각 부스에서는 가상자산 지갑을 발급 받거나 X(엑스, 옛 트위터)에 관련 프로젝트를 태그한 게시글을 올리면 티셔츠, 가방 등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뮤(MEW )코인 등 인기 밈코인(유행하는 테마를 기반으로 발행된 가상자산) 부스에서는 해당 밈과 관련된 굿즈(기념품)를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도 타이틀 스폰서로 참가해 영화관 컨셉의 부스를 구성했다. 이날 부스에서 빗썸에 신규 가입한 방문객에게는 팝콘과 5만원 상당의 지류 쿠폰을 제공했다. 부스를 운영한 빗썸 관계자는 “사람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해 크립토 생태계를 넓히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4일 KBW2024 현장 부스에서 월드코인의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s)를 이용해 홍채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 김홍찬 기자
4일 KBW2024 현장 부스에서 월드코인의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s)를 이용해 홍채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 김홍찬 기자

최근 열기가 식은 월드코인의 홍채 인식 기기인 ‘오브’(Orbs)도 한 부스에 자리했다. 홍채 데이터로 월드아이디를 발급 받고 그 대가로 일정량의 월드코인을 지급하는 식이다. 다만 지난해 7월 상장 당시에는 월드코인 25개(약 7만원)를 준 반면 현재는 6개(약 1만1000원)만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 부스가 진행한 경품 추첨 이벤트에서는 당첨자들의 환호성이 들리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강인 국가대표 축구 선수 친필 유니폼과 축구공 경품 행사를 진행한 칠리즈 부스에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칠리즈는 스포츠 클럽의 디지털 자산인 팬 토큰(Fan Token)을 발행하며 토큰 구매자는 스포츠 클럽 관련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강인 선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맹 FC도 칠리즈와 파트너십을 맺은 클럽 중 하나다.

방문객들의 열띤 참여로 이벤트가 조기 마감되는 부스가 속출했다. 가상자산 트론(TRON) 부스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이벤트 참여도가 매우 높아 오후가 되자마자 준비된 상품이 동나서 마감했다”며 “지금은 업무 미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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