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시장 점유율이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 나는 등, 위상이 예전 같지 못하다.
8일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CC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가상자산 거래소 현물 거래액 중 바이낸스의 점유율은 전월 대비 22.9%포인트 하락한 27%로, 지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고점을 기록할 당시, 바이낸스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중앙화 거래소 거래량 중 67%를 차지하기도 했다.
파생상품 거래 규모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바이낸스의 전체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 점유율은 전월 대비 21%포인트 내린 40.7%로 2023년 이후 최저치다.
반면 크립토닷컴(Crypto.com), 오케이엑스(OKX)등 다른 경쟁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두 거래소의 점유율은 각각 18.4%와 4.8%다.
시장에서는 바이낸스의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각국의 규제 강화를 꼽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17년 설립 이후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진출을 시도했으나, 많은 국가들이 금융감독 강화에 나서면서 서비스가 제한되고 입지가 축소됐다.
가장 먼저 진출을 시도한 영국은 지난 2017년 지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라이선스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했고, 파생상품 거래 규제를 위반하며 운영을 일부 제한하게 됐다. 같은해 설립한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캐나다 증권관리국(CSA)이 가상자산 거래를 증권 거래로 분류하면서 지난해 지사를 완전히 철수했다.
아시아 시장 공략 역시 순탄치 않았다. 바이낸스는 중국에서 운영을 시작했으나,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을 금지하며 같은해 몰타 등 조세회피국가로 본사를 옮겨야 했다. 이후 진출한 싱가포르에서도 지난 2021년 시장 규제 강화로 사업을 철수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무허가 경고를 받으며 운영을 중단했다.
한국 시장 역시 바이낸스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곳이나, 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20년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했지만, 이듬해 특금법이 시행으로 규제가 강화되자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국내 5위권 가상자산 거래소인 고팍스의 지분을 인수해 재진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진입을 저지하며 이 역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바이낸스와 같은 중앙화거래소(CEX, Centralized Exchange)가 아닌 탈중앙화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유니스왑(Uniswap), 스시스왑(Sushiswap)등 주요 DEX가 등장했으며,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투자자들이 DEX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 시기 각국 규제당국의 가상자산 관리감독이 심화된 것 역시 바이낸스 등 중앙화 거래소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의 가상자산 규제인 미카(MiCA)가 2022년 제정됐는데 이로 인해 선물, 옵션거래등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에 제한이 생겨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DEX 이용률이 높아졌다.
실제 가상자산 전문 데이터 센터인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DEX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70억달러. 아직 중앙화 거래소 거래액(3조달러)에는 미치지 못하나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CC데이터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파생상품 거래 경향이 더욱 커졌다”며 “중앙화거래소들은 분산화거래소들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각국의 규제 역시 강화되며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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