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킹 탈취 자금 규모와 미사일 실험 횟수, 직접적 관계 있어"

“가상자산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기존 금융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금은 또 하나의 자산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마이클 그로내거(Micheal Gronager) 체이널리시스 CEO겸 공동창업자는 10일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체이널리시스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블록체인은 전통적인 금융을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주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2014년 설립된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업체다. 전 세계 70여개 국가 정부기관, 금융기관 등에 연구자료와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 경찰청 등 공공기관과도 협력 중이다. 

이날 체이널리시스는 2024년 가상자산 범죄의 현황을 전했다. 가상자산은 기존에는 랜섬웨어등을 통한 자산 탈취, 해킹 등 관련 사이버 범죄에 주로 쓰여왔다. 하지만 종류와 활용도가 다양해지며 해킹 등 뿐만 아니라 불법 도박, 흉악 범죄, 마약 밀매 등 ‘일반 범죄’로도 용도가 확장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가장 크게 늘어난 관련 범죄는 러시아 주도의 랜섬웨어다. 또한 소니 픽처스, 워너크라이 해킹 사건으로 알려진 북한의 대표적 해킹 그룹 라자루스(Lazarus Group)의 활동도 그 어느때보다도 활발해지고 있었다. 

그로내거 대표는 “라자루스의 해킹 규모가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다른 한편 중국은 자국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잡지도 않고 다른 국가들의 관련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 설명했다.

그는 “조사 결과 북한 해킹 탈취 자금의 양과 북한의 미사일 테스트 횟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나타났다”며 “한국 공공기관에서 이를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범죄는 늘었지만 가상자산 거래량 역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과 인도, 중국이 대표적으로 도입과 성장 측면에서 빠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내거 대표는 “아시아 지역에서 전례없는 수준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이 특히 두드러진다”며 “거래량도 늘었으며, 특히 가상자산이 모든 소득 계층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새로운 트랜드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국가별 가상자산 예상 수익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수익은 약 1조39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조사 대상 50개국 중 8위 수준이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코리아 지사장은 “해킹 도난 자금은 80%가 증가했지만, 이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반면 불법 활동은 2021년 이후 20%가량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행으로 시장이 합법화되며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밝혔다. 합법적 서비스로의 유입이 늘어나며 불법 활동은 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백 지사장은 “최근 관련 범죄의 트렌드는 중앙화 거래소나 대기업등을 타겟으로 잡아 공격하는 ‘빅게임 헌팅’"이라며 “체이널리시스는 최근에도 국정원, 경찰청과 온체인 추적을 통해 공조 수사를 벌여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경찰청은 지난 5월 텔레그램 마약 거래 채널을 개설하고 가상자산 활용해 50억원 상당의 마약을 국내로 유통한 조직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체이널리시스의 포렌식 도구를 사용해 온체인 추적을 진행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를 통해 회수한 범죄 금액은 약 15조원이다. 

백 지사장은 “앞으로도 경찰청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조사국,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협력해 신뢰를 구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