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소폭 인하한 뒤 물가 안정과 가계대출,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금융 안정에 대해 고려해야한다는 점에서 ‘매파적 인하’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이 총재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경제성장률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재 3.50%에서 0.25%포인트 내린 3.25%로 운용하기로 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지난해 1월 3.50%까지 끌어올린 뒤 3년 2개월 만의 전환이다.

이번 결정에 장용성 금통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장 위원은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고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은 알지만 한 차례 더 동결한 뒤 정책 효과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금통위원은 모두 인하 의견을 냈다.

‘인하 실기(失期)론’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이 총재는 “실기했냐 안했냐에 대한 판단은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지, 금융안정도 한꺼번에 고려하면서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이 중)당연히 후자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1년 정도 지나서 상황을 보고 평가해 달라”면서 “8월 당시 집값이 20% 이상 상승했고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빨리 올라갈 위험이 있어 보였기 때문에 금리 동결을 통해 사전적인 조치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가 주택 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거시안정성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며 “8월 이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8월 실기론’을 제기하는 기관은 이것을 예측하고 실기론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물어봐 달라”고도 했다.

또 지난 2년간 고물가 대응에 있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인상하지 않아서 고물가가 초래됐다는 지적에 “지난 2년간의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지금 자영업자 고통과 내수 부진이 훨씬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국보다 적은 폭으로 금리를 인상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방향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가 안정이며 그다음은 가계부채 및 부동산 가격 등 금융 안정, 다른 한편은 성장률 등 종합적 요소를 두고 판단할 것”이라면서 “기준금리를 소폭 내린 뒤 그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원의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서도 추가 금리 인하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5명의 위원이 3개월 후에도 3.25%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으며 나머지 한 명만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과 같이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출 수 없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 그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였다”며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금리를 3%포인트 올렸는데 0.5%포인트씩 떨어지겠구나 생각해선 안된다”며 “우리는 해외엔 없는 금융안정도 고려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 거시건전성 강화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했다. 그는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며 “DSR 규제가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으니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DSR규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것을 두고 “엇박자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은행의 포트폴리오 7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