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을 두고 ‘지금부터 마이너스로 만들자’라고 하면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적절하게 관리를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하게 된다면 그 이전에 충분히 설명을 한 뒤 조치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9월 12일 간담회 이후 한 달 반만으로, 이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은 물론 가계부채 관리 등에 대한 금융위 정책 방향 전달을 위해 마련됐다.
김병환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앞으로 매월 (간담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 ‘컨트롤타워’로서 역할과 그에 맞는 소통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간 금융감독원장 발언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간담회를 정례화해 혼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1월 국감이 끝나면서 법안 예산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며 “티메프 재발 방지 위한 전자금융법을 연초에 제출할 계획이고, 산업은행 부산이전 법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무위원회 소관은 아니지만 간절히 바라는 법안은 금융투자소세(금투세) 폐지”라면서 “투자자들의 근심과 불안, 불확실성을 끝낼 수 있도록 국회가 금투세를 폐지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 외에도 국감에서 지적된 내용인 ▲외부감사의무화 ▲은행대리업 ▲은행 중도상환수수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가상자산위원회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등에 대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중도상환수수료의 경우 실제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을 끝낸 은행들 가운데 현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인 1.2%~1.4%의 절반인 0.6~0.7%까지 인하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0.6%~08%인 수수료를 0.4%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반쪽 출범’으로 평가받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은 지난 25일 시행 후 30일까지 해당 앱을 다운 받은 사람이 24만명으로 집계됐다. 김 위원장은 “의료개혁특위에서도 과제로 논의하고 있고 금융위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범위, 한도 등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과 전세대출 관련해선 차주 소득 범위 내 감당할 수 있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전세대출 DSR 규제 확대)는 어떤 속도로 또는 어느 시기에 할거냐 하는 문제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상황을 감안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 실행 시 임대인 상환 능력과 관련한 은행권 신용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전세대출·정책금융에 DSR 적용 여부, 어느 수준으로 적용할지 등을 가늠하기 위해 은행들에 전세·정책대출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득 수준별 DSR 산출을 정교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10월 가계대출 증가세를 두고는 9월보다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달 추석 연휴가 포함된 영향으로 이달 영업일수가 더 길었던 만큼 증가폭이 확대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10월 가계대출 규모가 (정책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정확한 숫자를 본 뒤 추가적인 조치를 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규제와 맞물려, 금리 인하기에도 은행 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아직도 고금리에 은행 이자이익이 많이 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은행들은 상생의 노력이나 혁신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은 혁신을 통한 것이지만 은행은 예대마진, 결국 1년 전 대출의 예대마진차에서 오는 이익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이라면서 “은행의 대출 자산이 늘어난 점, 변동금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기준금리 내려간 부분만큼 대출금리에 바로 반영하지 못한 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기업 밸류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으로 평가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밸류업 공시 이후 시장의 평가가 좋아진 기업이 나오고 있다”며 “밸류업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정책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멘텀이 국회에 걸려있다”면서 “금투세, 주주환원 촉진세 등 법안이 계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밸류업을 위해 지배구조 의사결정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합병이나 물적분할과 관련해서 일반주주를 더 보호하도록 제도적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연내 방안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금융위 입장을 말하는 게 도움이 될 거 같지 않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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