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빚이 한 분기만에 18조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꺾기 위해 금융당국과 은행권 등이 건전성 관리에 나섰지만 전분기(13조8000억원) 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지난 2021년 3분기(35조원) 이후 최대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보다 18조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부채’다.
가계대출 잔액은 1795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6조원 늘었다. 2021년 3분기(34조8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는 예금은행의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전분기 말 대비 22조7000억원 급증했다. 2020년 4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주담대는 같은 기간 19조4000억원 증가하며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기타금융기관 등은 각각 1조7000억원, 4조9000억원 감소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추석 명절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2조원 증가한 118조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은 외상(신용)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신용카드회사나 할부금융회사, 백화점 등 판매회사가 제공한다.
김민수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가계 부채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이면 소비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과 금융당국, 정부 등은 명목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3분기 증가폭인 18조원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 평균 증가폭인 인 22조5000억원을 하회하는 한편 올해 3분기까지 가계신용 증가폭은 1.5%로 명목 GDP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연말까지 가계신용 증가세 전망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 들어 가계부채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7월 이후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도 둔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3개월 간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