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불확실성 증대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경제 성장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24%에서 0.25%포인트 낮춘 3.00%로 결정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금리 인하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원 6명중 4명이 찬성했으며, 2명이 동결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이다. 지난 10월에는 6명중 5명이 유지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월 통방 이후 대내외 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소수의견이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인하와 동결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 및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증대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내수 회복세는 완화되고 있으나, 수출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회복세가 약화되고 미국 신정부 등장으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성장과 외환시장 안정 간의 상충 관계에 있어서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며 “여러 논의 끝에 금통위는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시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올해 성장률은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내수는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 증가세가 주력 업종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이러한 성장 경로에는 통상 환경 변화 및 IT수출 흐름,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밝혔다. 3개월후 기준금리와 관련해선 금통위원 6명중 3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기준금리를 경제 상황을 상황 변화를 보아가며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으로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총재는 그러나 환율 변동성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설명했다.
이 총재는 “변동성을 관리하는데 있어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고 또 여러 가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며 “예를 들어 국민연금하고 외환스왑 액수를 확대해서 재연장하는 것을 논의중에 있다. 정부와의 정책 협조를 통해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각 금융시장이 갖고 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찰과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불안 요인이 있기 때문에 그 속도를 조절해야 된다”며 “지금으로서는 속도를 조절해 나갈 충분한 의지와 수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차기 총리 후보군에 들었다는 하마평에 대해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 바 현재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