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0월에 이어 또 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만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사진 = 한국은행

앞서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급등하고,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로 수출 자체가 둔화하며 경제성장 하방 압력이 커지자 선제 대응을 위해 ‘깜짝 인하’를 결단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28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25%에서 0.25%포인트 낮춘 3.0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이후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2020년 코로나 시기 금리를 0.5%까지 낮췄고, 아홉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 2021년 인상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10월 3년만에 긴축 기조를 마무리했다.

성장 하방압력 증대…환율 리스크 '방어 가능'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되었다”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한은 역시 예상 밖이었다는 입장이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미국 대선이라는 큰 변수로 수출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불확실성을 고민 있었지만 상하원 모두가 한쪽으로 간 ‘레드 스윕’에 관한 결정은 예상을 좀 넘어가는 부분이었다”며 “3분기 예상보다 수출 증가세가 크게 낮아졌고, 수출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는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주력 업종인 반도체, IT 부문에서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인하를 고려하는 원인이 됐다. 

예상 외의 연속 금리 인하에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난달부터 강달러가 계속되는 가운데, 또 다시 금리를 내리면 환율 부담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달러-원은 이날 1395원으로 강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에 금리 결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굉장히 많은 논의를 했다”며 “변동성 관리를 위한 외환 보유고는 충분하고, 국민연금 헤지 등 정부와 정책 협조를 통해 완화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 말했다.

한은은 28일 경제전망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시 통상압력 강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며 우리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다./ 자료 = 한국은행
한은은 28일 경제전망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시 통상압력 강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며 우리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다./ 자료 = 한국은행

 

수출 둔화 우려에 내년 성장률 1.7%까지 전망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9%로 하향 조정했다. 만일 미국과 중국등 주요국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이보다 0.2%p 더 낮은 1.7%까지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규모는 500억달러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대미 무역수지가 축소한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행정부에서 역시 통상압력이 커져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그동안 우리 수출 산업의 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가 커지고 수출이 격화되며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구조적인 요인이 상당한 만큼 구조적인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한 이번 금리 인하가 수출 리스크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경제 전망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금리를 낮춰 내수를 부양하는 것이 경기 하방을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내수로서 전파되는 온기가 낮아질 것을 대비해 금리를 낮춰 내수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며 “수출은 금리보다는 대외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산업 정책이나 구조개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안정세 유지될 것…전망 따라 추가 인하도

한은이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두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그간 금리 결정에 주요 고려 요인이던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동결로 한번 쉬어감으로써 상당한 정도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동력을 막았다”며 “11월 가계부채는 5조원대에서 유지되고 12월에는 오히려 하향 추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 및 가계대출도 거시건전성 정책이 원활히 작동하면서 당분간은 가계부채 리스크가 관리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하의 영향을 점검하면서, 앞으로는 금리 인하의 영향을 점검하면서 정책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반해 성장은 당초 예상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가계부채 안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인하 이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이날 향후 3개월 내 금리 수준을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통위 위원 6명중 3명은 동결, 3명은 인하 의견을 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는 여전히 조건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분중 3분은 3%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대내외 경제 여건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표한 성장 전망 자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향후 경기 전망의 변화에 따라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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