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KB뱅크(구 부코핀은행)의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최근 5년간 800건이 넘는 소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채권 정리 등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KB뱅크의 디지털 시스템 구축 지연 등 부실 투자에 대한 의혹을 받는 상황인 만큼 현지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 업계 안팎에서 차기 국민은행장의 우선 과제 중 하나로 KB뱅크 정상화를 꼽는 이유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으로부터 제출 받은 해외 법인 소송 사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9월 말까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발생한 KB뱅크 관련 소송 건수는 총 856건에 달한다.
2020년 31건, 2021년 247건, 2022년 329건, 2023년 107건, 2024년 142건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진행중인 소송은 68건이다.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0년 67억원, 2021년 75억원, 2022년 25억원, 2023년 20억원, 2024년 24억원 등으로 지난 5년간 210억원 이상을 소송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해외 소송 사례는 17건에 그친다. 중국과 유럽,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소송에 휘말렸지만 대부분 중간에 고소를 취하하거나 승소하면서 비용 부담이 적었다. 지난 2022년~2023년 중국에서 발생한 노무관련 소송에서 1400만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한 정도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7건으로 이중 4건이 현재 1심 진행 중이다.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재무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건은 없다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의 해외 소송은 13건이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법체계에 따른 특이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KB뱅크와 유사한 규모를 가진 현지 은행인 인도네시아 국유은행 BNT(Bank Tabungan Negara‧국민주택은행)도 지난해 연간 288건의 소송이 발생했다. KB뱅크(107건) 보다 2배 이상 많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피소송의 80%에 해당하는 소송은 재산적 소(訴)가 10억원 이하의 소액으로 이 중 23건은 아예 소송가액이 없다”면서 “한국과 달리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지대만 부담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과도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소송으로 물리적인 불편함은 있지만 재무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체계적인 부실정리 절차에 따라 경매 등 일부 자산건전성 관리 필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소송도 발생한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채무자들이 경매 진행 지연, 채권양도계약을 취소 시키기 위해 고의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실제 KB뱅크는 부실 자산 줄이기에 적극 나서면서 부실여신 비중을 지난 2021년 64.38%에서 올해 9월 기준 24.92%까지 줄였다. 반면 우량 여신은 공급망금융 확대를 통해 같은 기간 약 1조7000억원에서 2조700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이 관계자는 “KB뱅크는 전년 대비 이자이익이 약 297억원(59.5%), 부실채권 매각익을 제외한 비이자이익은 약 167억원(98.2%) 증가하는 등 정상화 기반을 닦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기존 대주주와의 소송 등으로 경영 정상화 시점이 늦어지고 있지만 KB뱅크를 기존과는 완전 다른 우량은행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흑자전환을 앞당긴다는 목표다. 차기 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이환주 내정자가 국민은행의 ‘체질 개선’을 꾀할 적임자로 평가 받은 만큼 KB뱅크 흑자전환 역시 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현지 대형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농업, 전기차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2027년 이후로는 금융 전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 중형 유니버셜 금융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1131억원을 투자해 KB뱅크 지분 22%를 확보한 뒤 지난 2023년 5월까지 총 1조5122억원을 투자해 최종 지분 66.9%를 확보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