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임한 이환주 신임 KB국민은행장의 어깨가 무겁다.
일회성 비용 영향이 컸다지만 지난해 연간 당기손익 성적표가 4대 은행 가운데 3위로 내려앉아서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 행장을 국민은행 ‘체질 개선’을 위한 적임자로 평가한 만큼 올해 국민은행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KBI‧舊 부코핀은행)의 경영정상화 및 흑자전환을 이뤄내는 것도 이 행장의 손에 달렸다. 지난해부터 KBI(KB Bank Indonesia) 투자‧지원 과정에서 내부통제 실패 등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올해 경영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3조2518억원이다. 신한은행(3조6954억원)과 하나은행(3조3564억원)에 이은 3위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연간 1.78%로 전년(1.83%)보다 0.05%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지수(ELS)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데 이어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영향이 컸다.
올해라고 사정이 나을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대출 자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등을 이유로 NIM이 더 떨어질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동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자이익 중심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면 글로벌 사업과 비이자이익 등의 비중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경우 해외 법인의 호실적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지난해 신한베트남은행은 직전 연도 대비 13.4% 늘어난 26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일본 법인인 SBJ은행이 전년보다 17% 증가한 1486억원을 벌었다. 두 법인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인 KBI의 경영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530억원, 2분기 985억원, 3분기 1272억원 총 27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적자 규모가 전년도 전체 순손실(2612억원)을 넘어선다.
66.88% 지분율 반영시 KB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당기순손실은 1861억원 수준이다. 작년 연간 당기순익 순위가 1000억원 안팎으로 판가름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KBI의 적자규모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KBI 투자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과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이 KBI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꼼수지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BI의 부실자산을 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SPC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하는 등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신용리스크와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이 행장이 ‘신뢰를 파는 은행’을 강조하며 국민은행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KBI의 경영정상화는 단순한 흑자전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민은행은 KBI 경영정상화 시점을 올해로 잡았다. 당초 흑자전환 시기를 2026년으로 잡았지만 이를 1년 당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대형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농업, 전기차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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