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가운데 4곳의 은행장이 교체됐다. 불확실한 금융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등 체질 개선을 꾀하고 세대교체를 기반으로 조직 쇄신을 위한 선택이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내부통제의 고삐를 죄겠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NH농협은행장 후보 발표로 5대 시중은행의 은행장 거취가 결정됐다.
은행장 공통점은 ‘영업통’… 리스크 관리 보다 체질 개선
5대 시중은행 은행장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 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달 27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선정했다.
이 후보자는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재임하면서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낸 만큼 리더십 부분에서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영업기획부 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를 차례로 거치며 업계에선 ‘영업통’으로도 통한다.
지난 2020년부터 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2021년부터 지주 최고채무책임자(CFO)를 역임, 조직의 살림살이도 책임진 바 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지난달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진완 은행장 후보자는 1968년생으로 새로운 5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가장 젊다.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조직내 손에 꼽히는 영업통인 만큼 우리은행 영업 방식 변화와 체질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젊은 리더십으로 내부통제 강화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2일에는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추천했다.
이호성 후보자는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을 거치며 영업 최전선을 두루 거친 영업 전문가다. 현재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흥행을 이끈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 받았다.
NH농협금융지주는 차기 NH농협은행장에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추천했다. 강태영 후보자는 1966년생으로 진주 대아고, 건국대를 졸업한 이후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과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강 후보자는 여신 관련 업무뿐 아니라 인사부와 디지털부문 부행장 등을 거치는 등 기획력과 영업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 이해도가 높은 만큼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을 적극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유일한 연임 정상혁 신한은행장, 영업력‧내부통제 합격점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영업력은 물론 내부통제 강화 등에 합격점을 받았다. 통상 은행장의 임기인 ‘2+1’년이 아닌 2년 임기를 부여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 행장은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둔촌동지점장, 고객만족센터부장, 소비자보호센터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등을 거쳤다. 2008년 둔촌동지점장으로 영업점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2018년 성수동 커뮤니티장 등 11년 간 영업현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비서실장, 경영기획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장(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정 행장을 임기 2년의 재선임으로 추천하며 “견조한 자산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대,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다”며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세대교체를 기반으로 인적 쇄신과 고객 중심 영업을 위한 조직 개편도 시행했다. 정 은행장 2기 체제를 정비한 셈이다.
이번 인사에선 임기만료 임원 14명 중 9명을 교체했다. 본부장이 아닌 부서장을 임원으로 발탁하는 파격 인사와 함께 1970년생 이후 젊은 임원을 6명 기용했다.
‘고객 몰입 조직’ 가속을 위한 조직 개편도 시행했다. 고객솔루션그룹 내 개인솔루션부와 기업솔루션부를 통합해 ‘고객솔루션부’를 신설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통합 솔루션을 도출해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고객 관점의 프로세스 및 제도 개선 등 고객 편의성 혁신을 주도하는 ‘고객편의성 트라이브(Tribe)’도 신설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