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각종 산업 진흥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가간 가상자산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 조선DB

미국 주도 ‘비트코인 비축’ 경쟁 시작

비트코인은 트럼프의 승리가 가시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할 때부터 분위기가 남다르긴 했다.

비트코인은 3월 9000만원대로 신고가를 찍은 뒤, 다소간의 부침을 겪긴 했지만 1억원을 향해 달렸다. 트럼프의 당선은 화룡점정이었다. 12월 한때 10만7000달러(약 1억5720만원)로 고점을 기록하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훈훈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상승 랠리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해 국가 단위로 비트코인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비트코인 전략비축 법안(BITCOIN Act of 2024)은 미국 재무부가 향후 5년간 매년 20만 개씩, 총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해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텍사스주 등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이미 이와 비슷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미국의 비트코인 법안 시행이 가시화되면 국가 단위의 경쟁, 즉 ‘비트코인 우주경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 시점이 도래하면 국가 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일정 이상 보유하는 것이 선관주의 의무에 포함될 것”이라 전했다. 

매트 호건(Matt Hougan)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 준비자산으로 선정한다면 가격을 50만 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만약 그런 일이 미국에서 발생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면, 2024년 강세장은 오히려 온순해 보일 정도로 비트코인 시장에 상당한 여파가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트럼프 시대’, 변화하는 가상자산 규제 기조

비트코인 강세 배경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 행보가 무엇보다 한몫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친 가상자산 기조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전략 자산 채택 ▲스테이블코인 법안 ▲비트코인 채굴 장려 ▲가상자산 전담 직책 신설 등 정책을 약속했다.

SEC의 기조 변화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SEC는 게리 갠슬러 위원장의 주도 하에 다수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소송전을 벌여왔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ETH)을 비롯해 리플(XRP), 솔라나(SOL)역시 SEC로부터 ‘증권성’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SEC 위원장에 가상자산 지지자로 유명한 폴 앳킨스 전 SEC위원을 낙점했다. 앳킨스 위원은 규제 완화론자이자 '친(親) 가상자산' 인사로 꼽히는 만큼,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SEC의 급격한 방향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크립토 내각’의 역할 역시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가상자산 규제를 마련하는 'AI(인공지능)·크립토 차르(White House AI & Crypto Czar)'를 설치했으며 대통령 산하 ‘디지털 자산 자문위원회(이하 암호화 위원회)’를 신설했다. 
 

달러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큰 축으로 부상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추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추이 

달러의 대체재로만 쓰였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비트코인과 함께 내년 가상자산 시장에서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지배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다. 우선 미국 하원에 상정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Clarity of Payment Stablecoins Act)의 올해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2024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페이팔은 지난해 달러 스테이블코인 PYUSD를 출시했으며, 가상자산 프로젝트 리플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은행과 전통 금융기관들의 진입 역시 관련 법안 통과를 기점으로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2024년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트럼프 당선 직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SEC의 전방위 압박으로 트레이더들의 거래가 저조해졌다가, 2024년부터 시작된 활황장과 대선 이후 SEC의 기조 변화가 감지되며 트레이더들이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지배력 강화 기조 역시 스테이블코인에 힘을 더해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규제 하에서 발행된 서클(USDC) 등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가 준비자산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같은 제도권 스테이블코인 확대가 미 국채 매입 촉진과 달러 지배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지배력 유지 및 강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CBDC를 반대하는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 확대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 내 미 달러 지배력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