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경쟁자’로 불린 디지털 금 비트코인(BTC)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금 기반 ETF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21일(현지시각)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K33리서치에 따르면 12월 기준 비트코인 ETF의 AUM(운용자산)은 1292억5000만 달러로 금 ETF의 AUM인 1288억8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현물, 선물, 레버리지를 포함한 비트코인 ETF는 금 ETF를 앞서고 있으나, 현물만 따지면 비트코인은 1200억달러, 금은 1250억달러”라며 “비트코인 펀드가 단 11개월 만에 금과 이렇게 경쟁하게 된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12월 한달 간 매일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총 65억달러의 자산이 유입됐다. 지난 11월 6일 미국 대선 이후에만 약 15만5832개의 비트코인이 추가됐으며, 지난 12월 9일부터 13일까지 한주간 유입액은 2만7352개다. 

전체 금 대비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비중 역시 연일 증가 중이다. 갤럭시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이달 20일 기준 2조1000억달러로, 금 시가총액(14조6640억달러)의 14%를 차지한다. 

비트코인이 달러 등 화폐가 아닌 금의 경쟁자로 불린 것은 가격 변동성과 희소성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금과 같이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있으며, 채굴 보상이 4년마다 줄어들어 날이 갈수록 취득이 어려워진다. 

투자 수단으로서의 용도 역시 유사하다. 금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쓰였으며, 국경에 상관 없이 가치가 인정되어 왔다. 비트코인 역시 전통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가격이 높아지는 특성을 가지며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투자 가능하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초 뉴욕타임스 주최 행사에서 “비트코인은 갓아의 금과 같다”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달러가 아닌 금의 경쟁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점차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인사이드 엣지 캐피털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형성된 비트코인-금 비율이 지난 7월 저항선을 돌파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금의 상승 추세를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다만 금이 비트코인에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것이 단기적이란 시선도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내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집권에 대한 기대감과 글로벌 경기 불황등에 기인한 만큼, 지속적인 상승에 대한 낙관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조지 밀링-스탠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금 전략가는 “비트코인 랠리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안정감을 주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지난 15년간 금보다 변동성이 더 컸다”고 경고했다.

에드먼드 모이 US머니리저브 수석 전략가는 “비트코인과 금은 유사점보다 차이첨이 더 크다”며 “내년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하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라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