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연일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벌이던 비트코인이 기대에 못미치는 연말연초를 보내고 있다. 10만달러를 넘어 또 한 번 고점을 찍으리라던 예상과 무색하게 12월 중순 이후 9만5000달러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3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24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1일(동부표준시) 9만5000달러로 한해를 마감했다. 국내 시세로는 1억4200만원선에 거래됐다. 새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3일 오전 기준으로 9만6000달러선까지 오르는 듯보이지만, 9만7000달러선 돌파에는 힘이 부친다.
지난해 연초부터 상승세를 지속해온 비트코인은 11월 트럼프의 당선 이후 급등해 최고 10만800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1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 2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 모멘텀이 끝나고 지난달 미국 연준(Fed)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발언이 겹치면서 조금씩 강세 기조가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한달간 비트코인은 월초 대비 약 5% 하락했다.
싱가포르 가상자산 투자 펀드 QCP 캐피털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가상자산 시장 흐름을 보면 2025년 1월 급등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역사적으로 1월 비트코인의 평균 수익률은 3.3%로, 1월 역시 12월과 비슷한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라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트코인의 전략적 준비자산 채택’ 공약 역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신시아 루미스 의원이 발의한 비트코인 비축 관련 법안인 ‘비트코인 법안’(Bitcoin Act)은 118대 의회 종료로 지난달 말 자동 폐기됐다. 미 의회는 회기가 종료되면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제프리 박 비트와이즈 매니저는 “2025년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 준비금으로 도입할 확률은 10% 미만”이라며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 준비금 도입은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100만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는 유일한 재료”라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또한 지난달 “연준은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고 발언하며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새로운 관련 법안을 발의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시장의 기대처럼 비축금 마련을 위해 기존 법안대로 매년 20만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 정부는 약 18만30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털 설립자는 “미국 의회가 올해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채택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다만 당초 계획인 100만개보다는 매입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렉스 손 갤럭시 디지털 총괄은 “미국 정부는 2025년 비트코인을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미국 정부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사용해 비축금을 마련할 것이며, 정책 관련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 나스닥·코인 불기둥에도 나홀로 역주행한 2024 국내 증시
- 우리銀, 가상자산 수탁시장 진출… 디지털 금융 공략
- [줌인IT] 상장폐지 코인으로 이벤트… 권도형이 떠오른다
- 비트코인 변동성 장세…9만 6000달러 등락 반복[이주의 코인]
- 치솟는 환율에 달러 연동코인 '테더' 급등… 국내선 이미 1500원
- ‘비트코인 대통령’이 주도한 크립토 랠리… 올해도? [트럼프시대 금융은 ②]
- ‘빗썸 코인 상장 청탁’ 전 프로골퍼 안성현, 징역 4년 선고
- 연말 주춤하던 비트코인, 1억 4000만원 회복[이주의 코인]
- 길 열린 법인 가상자산 투자… 시중은행, 신사업 속도
- 美 정부, 압수 비트코인 7만개 던질라… 9.2만弗선 무너져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캐나다서 비트코인ETF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