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후 강달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역시 덩달아 몸값이 뛰고 있다. 

27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테더 가격은 1468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테더는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서 약 2% 높은 가격인 1501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 대선 이후 환율은 1385원에서 12월 말 기준 1470원선으로 약 6% 상승했다. 달러 기준 테더 가격은 0.99원에 머물러 있으나, 국내 거래 가격은 환율 상승과 함께 11월 초 1380원 수준에서 1500원으로 오르며 8.5% 가량 상승했다. 

테더는 가상자산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달러와 가격이 1대 1로 연동돼 있으며, 미국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가격이 고정돼 있어 보통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다른 가상자산을 구매할 때 사용되거나, 리스크 헷지의 용도로 쓰인다. 

본래 미 달러화와 가격이 연동돼 가격 등락은 없으나 환율급등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크게 올랐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CEO는 “원화 기반 고래들이 테더를 축적하고 있다. 업비트에서 테더가 공식 환율보다 약 3% 프리미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연상시키는 환율”이라고 전했다. 

거래량 역시 크게 늘었다.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며 달러와 가격이 같은 테더를 보유해 리스크를 헷지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이날 국내 거래소 업비트 기준 거래량은 약 2870억원 규모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 기준 테더 거래량은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일평균 약 5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인 11월초 이후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며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외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테더 수요는 전례없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속도조절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며 안전자산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 11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테더 가격과 거래량 추이 / 자료 = 코인마켓캡
지난 11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테더 가격과 거래량 추이 / 자료 =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역시 연초 대비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월 테더 시가총액은 118조원이었으나, 이달 27일 기준 204조원으로 72%가 증가했다. 글로벌 거래량 역시 지난 1월말 기준 일평균 1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달 기준으로는 연초 대비 10배 넘게 늘어난 13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테더 발행사인 테더 리미티드(Tether Limited)는 올해 순이익 100억달러(약 14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테더 리미티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활성화된 테더 지갑수는 약 1억 900만개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전 세계에서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 금융 대기업들은 트럼프 취임 이후 규제 환경 개선을 예측하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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