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힘든 한 해를 보낸 2024년.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주식으로 ‘투자 이민’을 떠났던 투자자들이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급증한 ‘서학개미’ 덕에 호황을 누리며 증권사들 역시 올해도 미국 주식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131억5268만달러(약 164조원)으로 지난해 초 646억달러에서 일년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해 4분기 일평균 4조원을 넘어선 상황. 반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2791억원으로 전월 대비 9%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1월 19조원과 비교하면 20%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국내 주식 투자자의 미국행은 수익률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피 수익률은 -6.1%를 보인 반면, S&P500은 27.6%, 나스닥은 34.9% 상승한 바 있다.  

이래저래 증권사만 돈 벌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증권사의 누적 외화증권 위탁수수료 수익은 9187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합계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이미 2023년의 연간 수익인 6943억원을 훌쩍 넘겼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전 분기 대비 36.2%증가하며 해외주식 수수료 역시 크게 늘었다”며 “10월, 11월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추세를 감안했을 때 4분기 역시 양호한 수준의 해외주식 수수료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해외주식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미래에셋은 3분기 수수료 수익만 180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한해 수익인 1231억원을 이미 넘겼다. 삼성증권(1453억원), 토스(1140억원)의 경우도 이미 전년대비 100%가량의 수수료 수익 증가를 보였다. 

미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주요 이벤트는 수수료 할인이다. 해외주식투자 수수료율은 국내 주식 거래보다 평균 약 3.7배가량 높다. 수수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도 투자자 유입을 감안하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오는 3월까지 해외선물옵션 고객 대상 거래 수수료 할인을, NH투자증권은 미국주식옵션 투자자 대상 100계약 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규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주식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통해 투자자 유입을 노리고 있다. 

국내 증시는 올해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저평가 국면이 부각돼 반등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진단도 힘을 얻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한해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악재가 하나하나 해소되는 구간에서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미 증시 대비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며 “실제 2000년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다음 해 평균 25.3%, 29.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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