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국내 금융시장의 최악의 해 중 하나로 기록될 법 하다. 해외 증시 선전 속에 코스피는 나홀로 역주행했고, 환율은 15년만에 최고치(원화약세)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는 2399.4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163조원 감소한 1963조원으로, 2000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장중 최고 2896.43을 기록하며 연말 3000선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감을 받았다. 하지만 하반기 내내 이어진 악재에 반년 내내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전년 말 대비 9.6% 하락한 수치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다 678에 마감했다.
밸류업과 AI(인공지능)과 반도체 기대감에 상반기만해도 순매수 흐름을 보이던 외국인은 하반기가 들어서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총 1조 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말 32.9%에서 32.4%로 감소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계엄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이에 따른 연말 특수 소멸, 달러원환율 급등세,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조업 경기 악화, 1월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 등이 소비 및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곤두박질 시켰다”고 설명했다.
낙폭 확대에는 삼성전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외국인 이탈이 가장 컸던 종목으로, 올한해동안 약 10조 5200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연초 459조원에서 317조원으로 30%가 감소했으며, 외국인 비중은 54%에서 50%로 줄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PC수요 부진,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반도체 재고조정이 지속됐다”며 “2025년 영업이익도 33조 3000억원에 그쳐 이익 성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테마주가 특히 득세했다. 약세장이 길어지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단기적으로 큰 가격 움직임을 보이는 테마주로 몰린 것이다.
연초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테마주에 이어 연말에는 계엄사태가 터지며 정치 테마주가 득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가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4개종은 이스타코, 대원전선, 오리엔트바이오, 일성건설등으로 모두 정치 테마주로 꼽힌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가상자산과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린 모습이다.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은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나스닥 지수는 전년 대비 33.4%, S&P500지수는 26.6% 올랐으며,비트코인 가격은 1년간 무려 119.2% 상승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2023년 미국 주식을 4조1610억원 순매도했으나, 지난해에는 12월 30일까지 1년간 15조4756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가상자산 시장 거래액은 2515조원으로, 개인 코스피 거래대금인 3526조원을 넘보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국내 주식시장은 20일 트럼프 취임을 전후로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경기 연착륙과 중국 경기 부양을 감안하면 조정 기간과 폭은 과거보다 짧고 얕을 것으로 보인나,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본격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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