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도 무죄 판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앞으로 경영 활동이 이전 대비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3일 오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검찰이 추후 상고여부를 검토해 상고에 나설 수 있지만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법조계 의견이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항소심에선 검찰 측이 내세운 증거가 적법성 입증 부족을 이유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반도체 부진 등 해결과제 산적

법조계와 재계에선 이 회장의 경영행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급한 불은 '메모리반도체' 주도권 회복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으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역시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지며 수조원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 맥시코에 25%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가전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실리를 찾을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트롤타워 재건·등기이사 복귀 가능성↑

그룹의 콘트롤타워 재건 논의와 신사업 발굴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삼성은 비서실, 미래전략실(미전실) 등으로 존재하던 그룹 콘트롤타워 조직을 2016년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해체했다. 그룹 내에선 구심점 역할을 맡았던 미전실 등이 다시 재건돼 위기 대응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책임경영을 위해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재선임없이 임기를 마쳤다. 그룹 내에선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안은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할 수 있는 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라며 "우수 인력 이탈을 막고 양성으로 이어지는 인재 전략도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복귀해 법적 권리와 의무를 모두 지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관련기사